[함께하는 학습 놀이] 엄마표 공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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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김성민군을 위해 ‘엄마표 공부방’을 시작한 김진아씨는 “매일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김진아(41·여·경기 동두천시)씨는 아들 김성민(경기 이담초 3)군에게 게임으로 한글을 가르쳤다. “성민이가 승부욕이 강해요. 매일 밤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게임을 한 가지씩 개발했죠.” 덕분에 성민이는 한 달 만에 한글을 뗐다. 김씨는 자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엄마’라고 굳게 믿는다. 지금도 성민이는 학원이나 학습지 대신 ‘엄마표 공부방’에서 ‘열공’하고 있다.

교과목 늘어나는 초등 3학년부터 시작

김씨는 소극적인 성격의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엄마표 공부방’을 적극 추천했다. 그룹 단위로 진도가 나가는 학원에선 질문 한 번 마음 편히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적합하다는 것. 일대일 학습을 하다 보니 수준별 학습은 당연한 일이다.

엄마표 공부방은 초등 3학년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교과목 수가 늘어 아이가 혼자 공부하기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갑자기 함께 공부하자고 하면 아이에게 부담이다. 건국대 미래교육지식원 정철희 교수는 “학습동기, 즉 공부하려는 마음부터 잡아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녀와 유대감을 쌓지 않고 바로 학습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있다. 엄마가 “너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말과 표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자녀가 공부하는 내용을 잘 모르는데 시작해도 될까? 김씨는 염려하지 말라고 한다. “저학년부터 꾸준히 하다 보면 아이의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엄마의 실력도 함께 커 가요.”

수학은 수준별, 다른 과목은 학교 진도 맞춰

엄마표 공부방 학습 시간은 하루 1시간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아이가 집중하는 시간을 보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짧게 시작한다. 정 교수는 “학습 목표나 수준, 분량, 시간을 모두 자녀가 정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학습에 활용할 매체나 참고서, 문제집도 자녀가 선택해야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김군은 월~금요일 수학 50분, 다른 과목은 30~40분씩 학습한다. 국어·사회·과학은 학교 진도에 맞추고, 수학은 자기 수준에 맞춘다. ‘수’는 잘하는데 ‘도형’이 약한 편인 김군을 위해 김씨는 ‘수’ 영역은 어려운 문제를 주고, ‘도형’은 수준을 한 단계 낮춰 학습하도록 자습서와 문제집을 준비했다. 수학에서 틀린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오답노트를 쓴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풀어본다.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

공부방 장소로 김씨가 추천하는 곳은 거실. 아이 방에서 하면 답답하기도 하고, 혼자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까 봐 선택했다. “아이가 공부하는데 TV를 볼 수 있겠어요? 당연히 온 가족이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게 됐죠.”

김씨는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일이 있으면 “바쁘니까 내일 하자”는 식으로 넘어갔던 것. 그는 “적은 양이라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도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정해진 학습량을 하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작심삼일’을 일곱 번 넘으면, 즉 21일만 유지하면 고비를 넘을 수 있다는 것. 엄마와 아이가 ‘공부 일기장’을 함께 쓰는 것도 좋다.

개념-질문-문제-보충설명

학원에서는 전 과목을 개별 강사가 지도한다. 그러나 엄마는 모든 과목을 잘 알기 어렵다. 김씨는 동영상 강의를 활용했다. 부지런히 찾아보면 알짜배기 무료 동영상 강의가 많다.

우선 동영상이나 교과서를 활용해 개념 학습부터 시작한다. 엄마가 먼저 관련 내용을 본 후 “우리 집에서 키우는 화초는 나란히 맥이야. 그럼 그물맥 식물은 어떻게 생겼을까?” 식으로 아이의 경험에 빗대 설명한다.

개념학습을 마친 후 관련 교재를 세 번 소리 내 읽힌다. 그 후 ‘이 단원에서 공부할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한다. 예컨대 국어 지문을 읽은 후 ‘이 글의 종류가 뭐지?’ ‘중심내용이 뭘까’ 등을 묻는다.

김씨는 문제를 풀며 개념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매일 문제 풀이 시간을 둔다. 문제집이나 무료로 문제를 다운받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한다. 채점 후 틀린 문제는 보충 설명을 한다. 시험기간에는 개념을 반복 학습해 오래 기억되도록 유도한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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