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SBS의 기막힌 떠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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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싱겁게 끝났다.

'연예인 매춘' 을 다룬 SBS의 '뉴스추적' 은 실체에 대한 궁금증만 증폭시킨 채 진실에 접근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게 이 프로를 지켜본 사람들의 중론이다 .

이번 '뉴스추적' 의 '연예인 매춘' 보도는 방송 이전부터 시청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금도 세간에는 "탤런트 ○○○가 돈을 받고 몸을 판다" 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이 떠돌고 있으니 예상밖 관심이 이해는 갔다.

그러나 보도내용은 세간 루머의 수준이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SBS의 게시판에 글을 띄운 한 시청자(e-메일 ID crane67)는 "도대체 그런 프로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 며 흥미위주의 방송행태를 꼬집었다.

또 다른 시청자(blue80k)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보도는 한낱 장난일 뿐" 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이번 보도의 성과라면 탤런트라고 신분을 밝힌 여성 두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화대의 정도와 연예인을 찾는 '고객' 의 존재가 언급된 정도. 그러나 이 또한 "내가 그랬다" 는 식의 자기고백이 아니어서 신빙성이 떨어졌다. 브로커의 실체도 불투명했다.

이처럼 사태가 한참 부풀려졌다 바람 빠진 고무풍선마냥 시들하게 끝난 데 대해 SBS의 책임이 크다. 여론을 타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 시청률을 겨냥한 '황색저널리즘' 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방송진흥원의 강만석 연구원은 "이미 취재를 끝내고 편집만 남은 상태였다면 사태가 확대되기 전에 내용을 공개해 여론수렴을 했어야 마땅하다" 며 "그게 여론을 호도하지 않는 바른 언론의 자세가 아닌가" 반문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이남기 보도본부장은 "에로배우 이야기 정도" 라며 애써 심각성을 외면했다.

방송연예인노조측의 대응에도 문제는 있었다.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을 미룬 채 방송사에게 '또 당하는구나' 하는 식의 감정을 너무 쉽게 드러낸 것은 아닐까. 보도국의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방송사의 일원이란 이유로 'PD상납요구' 사례를 폭로하겠다며 맞선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폭력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재왈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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