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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예인 매춘 밝힐 것은 밝히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방영 여부를 놓고 연예인노조측과 승강이를 벌이던 SBS의 연예인 매춘 관련 시사고발프로가 2일 밤 방송돼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뉴스추적-연예 브로커의 은밀한 거래' 란 제목으로 방송된 이 프로는 요란하기까지 했던 예고와 달리 매춘을 시인한 여성연예인과 재벌2세의 육성을 방송하지 않아 축소의혹이 인 데다 상당부분이 부풀려진 채 실체규명이 미흡해 의혹만 키웠다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방송된 내용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충격적이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연예인 매춘이 전문브로커의 중개에 의해 상당히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개연성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브로커는 "3명에 3천만원이면 알 만한 애들을 데리고 놀 수 있다" 고 거침없이 말하는가 하면 어느 여성연예인은 하룻밤 대가로 백지수표까지 제안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증언들은 여성연예인들을 상대로 한 전문 매춘알선조직이 실재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연예인들과 재벌2세 등 일부 부유층의 거액매춘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물론 우리는 연예계의 이런 매춘 거래가 지극히 일부에 국한된 행태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아는 탤런트가 수백명" "1천만원만 내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불러줄 수 있다" 는 브로커의 말은 이들 매춘거래가 연예계에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적극적인 암시로 들린다.

거액의 대가가 오가는 가운데 성관계가 이뤄지는 것이라면 이는 단순히 사생활로 넘겨버릴 수 없는 '윤락 및 알선' 행위가 된다. 따라서 사법당국은 즉시 연예계에서 은밀히 이뤄지고 있는 매춘비리에 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

매춘의 유혹에 빠진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윤락의 사슬로 끌어들이는 브로커, 특히 돈으로 연예인을 사는 사람들도 모두 밝혀냄으로써 매춘과 같은 비리가 더 이상 연예계?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연예계에는 이런 매춘 비리말고도 연예인노조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PD 등에 대한 여성연예인들의 성(性)상납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캐스팅 선택권을 쥔 PD.연출자 등이 연예인들에게 성적 제의나 요구를 한다는 것은 그 바닥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예인노조가 연예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약 26%가 캐스팅과 관련해 성적 제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면 연예인노조도 '폭로' 운운하며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비행 당사자들을 똑똑히 밝혀야 한다.

연예인들은 현대의 '우상' 이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의무도 지워져 있다. 최근 잇따른 마약복용 사건에 이어 매춘비리까지 나타난 데 대해 연예계로서는 크게 반성하고 진지하게 자정노력을 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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