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국정운영 원칙론 왜 들고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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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국정 운영의 원칙론을 들고 나왔다.

"최근 국정의 많은 부분에서 이례적으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고 지적한 金대통령은 총선 이후 현안들을 일일이 들췄다.

金대통령이 거론한 현안은 현대투신 정상화 문제, 국제수지 흑자 목표, 정.재계 갈등, 노동계의 임금 인상과 주 5일 근무제 요구, 과외 허용 이후 대책이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해야 할 일은 원칙에 따라 확실히 추진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의약 분업이나 의료보험 통합문제도 마찬가지로 주문했다.

金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4.13 총선이 끝난 뒤 곳곳에서 개혁과제가 차질을 빚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계(財界)관련 사안에 대해 '원칙과 확실한 개혁' 을 언급한 것을 놓고 이 관계자는 "투신문제에 대한 현대그룹측의 책임있는 대처를 촉구한 것 아니냐" 고 분석했다.

총선 직후인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도 金대통령은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최선정(崔善政)노동.차흥봉(車興奉)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현안이 걸려 있는데도 보고하지 않는다" 고 질책했다.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도 업무보고에서 과외대책을 빠뜨렸다 혼이 났다.

그런데도 "선거 분위기를 타고 각종 현안들이 불거져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때문에 청와대 참모들은 "부처별 개혁추진 실적은 6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내각 개편 때 성적표로 활용할 것으로 안다" 며 장관들을 독려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총선 이후 매주 청와대에서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총선 여파를 차단하고 개혁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다.

총선 결과 '여소야대(與小野大)양당구도' 가 등장하면서 "공직과 사회 기강을 다시 추스를 필요가 있다" 고 정부 당국자가 말했다. 이 당국자는 "임기 5년 단임제의 후반기 국정 운영에는 탄력적인 정책관리보다 원칙론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과거 정권 때도 원칙론에 충실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국정 전반에 주름이 왔다" 는 게 이 당국자의 경험이다.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갈수록 원칙대로 철저히 해야지 조금만 예외를 인정해도 안되겠더라" 고 말했다. 그는 "한번 원칙이 무너지면 각종 현안들이 불거져 걷잡을 수 없이 혼란해질 수 있다" 고 덧붙였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서도 국정을 안정시켜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회담이 가까이 올수록 金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과의 회담 준비에 전념해야 한다. 따라서 미리 국정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것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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