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씨 구권화폐 5차례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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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구권(舊券)화폐 사기사건과 관련, 체포영장이 발부된 장영자(張玲子.55)씨는 다섯차례에 걸쳐 모두 1백19억원의 수표를 금융기관.사채업자로부터 가로채거나 빼앗은 혐의(사기.사기미수.특수강도)를 받고 있다.

이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서부지청이 지난달 25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張씨에 대한 체포영장의 내용을 통해 1일 확인됐다.

구권화폐는 1994년 이전에 발행된 1만원권으로 신권과 달리 은빛 세로선이 없다. 93년 8월 금융실명제 전격실시 이후 사채시장에는 정치권 실세들이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을 구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계속돼 왔다.

지금까지 張씨는 구권화폐 사건과 관련, 지난해 12월 구속된 사채업자 河모씨로부터 구권 30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자기앞수표 21억원을 가로챈 혐의만 받아 왔다.

그러나 체포영장을 통해 張씨는 4건의 추가 혐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 검찰은 이날 張씨의 거주지 등에서 엄청난 규모의 채권을 발견, 채권의 진위 여부와 정확한 규모를 확인하고 있으며, 체포영장 발부후 잠적한 張씨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추가 혐의〓검찰은 張씨가 사채업자 河씨 외에 3명의 은행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채업자로부터 폭력배를 동원해 30억원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우선 張씨는 지난해 11월 27일 O은행 모 지점 李모 차장에게 "20억원을 주면 구권화폐 30억원과 교환해 주겠다" 고 속여 자기앞수표 2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張씨는 또 지난 2월 6일 C은행 모 지점 李모 지점장에게 구권 30억원의 교환조건으로 자기앞수표 24억원을, 2월 26일 같은 은행 모 지점 禹모 지점장에게 똑같은 수법으로 24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가 있다.

이와 함께 張씨는 3월 8일 폭력배를 동원해 당초 구권화폐 사기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尹모(41.여.구속)씨로부터 자기앞수표 30억원을 강제로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도 받고 있다.

◇ 채권 발견〓검찰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張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다량의 국내 채권을 찾아냈다.

검찰은 또 자신의 주변 인물을 통해 張씨가 소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옛날 미국채권을 다수 발견, 이들 채권에 대한 출처.규모 등을 쫓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채권의 전체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며, 진위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문제의 구권화폐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張씨 주장〓張씨측은 국내채권에 대해 "40년대 말에 발행한 건국채권 1백환짜리 1백장 묶음 2백50여권" 이라며 "이는 현재 금액으로 1억여원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張씨측은 또 외국채권과 관련, "옛날에 미국에서 발행한 철도채권 10장으로 수억원 정도" 라고 주장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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