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권화폐 사기극' 실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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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당초 구권 화폐 사기사건의 단순 피해자로 알려진 張영자씨가 이번 사기극에 피의자로 깊숙이 관여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3월 24일. 사채업자 尹모(41.여)씨 등이 지난해 12월 張씨에게 "전직 대통령의 조카다.

대통령 아들의 비자금을 1만원짜리 구권 화폐로 관리하고 있는데 수표로 바꿔주면 웃돈을 쳐주겠다" 고 접근, 21억원 상당의 수표를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되면서부터다.

당시 검찰 발표에 따르면 尹씨 등이 모 은행 지점장에게도 "가계수표를 미리 발급해 주면 웃돈을 붙여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이 보유한 구권 화폐 60억원을 입금하겠다" 고 속여 35억원의 자기앞수표를 뜯어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尹씨가 구속된 지 한달여 만에 갑자기 "과거 큰손으로 통하던 張씨가 尹씨와 같은 소규모 사채업자에게 21억원을 사기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다" 면서 "조사 결과 張씨가 역시 같은 수법으로 사기극을 벌인 혐의를 포착됐다" 고 밝혔다.

검찰은 또 "張씨가 尹씨와 함께 구권 화폐 사기극을 벌였거나 오히려 尹씨를 조종해 사기극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검찰은 나아가 張씨에게 속아 돈을 맡긴 사채업자들이 몇명 더 있는 등 최근 사채업계에서 떠돌고 있는 '엄청난 구권 화폐가 존재한다' 는 설(說)의 진원지가 張씨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張씨측은 "우리는 명백한 피해자" 라고 주장하고 있다.

張씨측은 "새로운 재기의 발판을 닦고 있는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음모가 있다" 며 "尹씨에게 구권 사기를 당한 다른 피해자가 자신들에게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일을 꾸미고 있다" 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의 실체는 검찰이 張씨의 신병을 확보, 조사하면서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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