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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뜨는 곳, 전통문화 공간으로 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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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외국인 여행객들이 인천공항 3층의 전통문화체험관에서 국악을 들으며 부채를 만들고 있다. [인천공항 제공]

‘한국문화박물관’ ‘전통공예전시관’ ‘전통문화체험관’ 등이 한 곳에 몰려 있는 문화명소가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다.

보통 공항은 쇼핑공간과 어울린다. 인천공항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한국문화를 알리기에 공항만큼 적당한 곳이 없다는 인식에서다.

2004년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공항 내 임시로 마련한 문화체험 행사를 2005년 상설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문화공간의 시초다. 그 이후 다양한 문화명소가 들어서면서 요즘엔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인파로 넘쳐난다. 인천공항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 10만여 명 중 1000여 명이 문화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여객터미널 3층에 자리한 전통문화체험관은 가장 인기 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을 방문하면 꼭 들러봐야 할 명소로 통한다. 일본에서 온 야마다 히로시는 “한국의 전통문화인 한지 공예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쇼핑 등으로 시간을 때우게 되던 입국 대기 시간이 한결 즐겁고 유익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미국인 토머스 슐츠는 “한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궁중 혼례의 한 장면을 체험했는데, 아내와 나에게 색다른 기분을 선사했다”며 “한국에서의 여행을 마무리짓고 돌아가던 길에 뜻밖의 즐거움을 얻어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객터미널 4층의 전통공예전시관에서는 현재 김홍도의 ‘씨름도’와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을 볼 수 있다. 2층 여객 동선을 따라 조성된 ‘입국장 문화의 거리’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주제로 한 사진들과 전통 공예 목가구, 옹기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환승 여객들의 지루함을 기다림의 즐거움으로 바꿔주기에 충분하다.

4층에 위치한 한국문화박물관에서는 조선 왕조시대의 생활과 복식, 궁궐 안팎의 생활 모습을 담은 유교 관련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석탑과 범종,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해 직지심경·용비어천가 등 국보급 문화재도 감상할 수 있다.

한국메세나협의회는 지난달 18일 열린 ‘제10회 메세나 대상’ 시상식에서 독창적인 메세나 활동으로 문화예술에 기여한 기업에 주는 ‘창의상’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주었다. 글로벌 국가 관문인 인천공항이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문화 프로그램을 도입해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리는 공간을 운영한 것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메세나협의회의 이병권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와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인 만큼 한국 문화를 적극 홍보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적극적인 인천공항공사를 창의상으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 전원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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