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인기 ‘러·브 펀드’… 내년엔 수익률 갈린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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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미래에셋운용의 ‘브라질업종대표’ 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은 146.18%다. 국내외 펀드를 통틀어 최고다. 브릭스(BRICs) 국가 중에서도 브라질의 질주가 돋보였던 데다, 환헤지를 하지 않은 덕까지 봤다. 올 들어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80% 상승했고, 브라질 헤알화도 달러 대비 35% 가치가 올라갔다. 미래에셋운용 박종석 마케팅기획팀장은 “브라질의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되며 소비재·금융 등 내수주를 많이 담았던 게 톡톡히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최근 ‘두바이 쇼크’가 터졌지만 브라질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러시아도 이에 못지않았다. 올 증시 상승률만 따지면 128%로 주요 증시 중 가장 높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러시아 증시의 상승률이 높았던 것은 지난해 국가부도를 걱정했을 만큼 타격이 컸던 영향”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두 나라가 보인 질주의 속도는 비슷하지만 속 내용은 좀 다르다. 금융위기 이전 브라질과 러시아는 브릭스 내에서 흔히 ‘자원부국’이란 이름으로 함께 묶여왔다. 두 나라에 동시에 투자하는 ‘러브펀드’가 출시된 것도 그런 영향이다.

하지만 금융 위기를 계기로 두 나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브라질 증시의 상승이 탄탄한 경제적 기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러시아는 유가 상승에 따라 주가만 올라가는 양상인 데다 여전히 이전 고점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질이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면, 러시아는 여전히 ‘디스카운트’ 상태라는 것이다.

브라질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헤알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였지만 증시가 큰 흔들림이 없었던 것도 내수가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브릭스 국가 중 증시 변동성이 가장 낮았던 곳도 브라질이다. 반대로 러시아는 급격히 떨어지고, 급격히 오르는 등 변동성이 가장 높았다. 원유 등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증시 구조 탓이다.

대부분 펀드 전문가들이 유망 투자 지역으로 중국 다음에 브라질을 꼽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증권 최정원 WM컨설팅센터 연구원은 “브라질은 금융위기에서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인 데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동시에 유치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브라질의 ‘과속’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해외에서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증시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다는 우려에서다. 브라질 정부가 10월 말 외국인 투자자에게 2%의 거래세를 매기기로 한 것도 단기 차익을 노린 자금 유입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지금 투자한다면 러시아가 더 매력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 팀장은 “체력 면에선 브라질이 월등하지만 주가가 고평가돼 있고, 러시아는 막 경기회복 초입에 들어간 데다 주식도 아직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상승 여력에선 러시아가 앞선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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