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017' 결합…통신시장 폭풍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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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SK텔레콤.신세기통신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은 법률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결합을 불허해 빅딜 자체가 무산될 경우 야기될 새로운 파문을 피하는 한편, SK-신세기의 시장점유율을 50%로 묶어 개인휴대통신(PCS)업자와 국민여론의 반발을 비켜나가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판정을 2주간 연기하면서 장고를 거듭했다. PCS 3사의 반발을 의식해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의 입장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판정에 대해 SK텔레콤이 "국제적인 흐름에 맞지 않는다" 며 이의를 제기하고, PCS 3사도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 고 밝혀 상당기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파장〓SK-신세기 연합은 가입자 규모 세계 5위의 이동통신 사업자로 올라서면서 국내 시장점유율이 57%로 늘어나게 됐다. 나머지 시장을 놓고 한통프리텔(17.9%), LG텔레콤(13.4%), 한솔엠닷컴(11.7%)이 경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연말로 예정된 차세대 개인휴대영상전화(IMT-2000)사업자 선정에서 일단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과의 통신망 공유와 연구개발 투자절감 등으로 시너지 효과가 17조원에 이를 것" 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정으로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는 기정사실화됐고 국내 통신시장에는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 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PCS업체들간 기업결합 경쟁에 가속도가 붙고, IMT-2000 사업권을 따내려는 통신업체들의 이합집산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SK-신세기통신이 시장점유율을 떨어뜨리는 동안 PCS 3사는 가입자 확보에 전력투구하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 업체 반응〓SK텔레콤은 내년 6월까지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는 대목에 곤혹스런 입장이다.

SK관계자는 "앞으로 남은 신규 가입자들이 대부분 보조금에 민감한 주부나 학생들이어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불량 가입자들을 직권해지하고 보조금을 줄이는 과정에서 기업 내실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공정위 판정에 대해 PCS 3사는 "시장 점유율을 50%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조항은 평가한다" 면서도 "SK-신세기 진영이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다" 고 반발하고 있다.

이를 테면 SK측이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다 6월말에 한꺼번에 불량계약자를 털어내 50%조항을 맞춘 뒤 다시 시장공략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PCS 3사는 일단 공정위 판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 급류 타는 M&A〓거대기업의 탄생으로 후발업체인 PCS 3사는 짝짓기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 전문가들은 일단 ▶SK텔레콤-신세기통신▶한국통신-한통프리텔▶LG-데이콤 등 3강을 축으로 통신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한솔엠닷컴 인수 경쟁이 초읽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휴대폰과 고속인터넷 사업을 분리해 가격이 맞으면 휴대폰 부문을 곧바로 매각할 방침" 이라며 "SK-신세기 결합이 가시화하면서 LG그룹이 적극적으로 인수를 타진해오고 있다" 고 전했다.

하나로통신과 온세통신, 그리고 한국전력 자회사로 시내 광케이블과 케이블TV망을 갖고 있는 파워콤의 인수전도 가열될 전망이다.

하나로통신 지분율이 13.8%인 LG는 최근 LG화재가 하나로통신 주식을 집중 매입(2.9%)한데 이어 롯데그룹이 가진 하나로 통신 지분과 LG그룹 유통부문을 맞바꾸는 빅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PCS 3사의 연합과 경쟁〓한통 프리텔의 이용경 사장은 "SK-신세기에 맞서 PCS 3사 사이에 통신망 통합 등 자원 공동활용에 대한 깊숙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고 말했다.

LG그룹의 박운서(IMT추진단장)부회장도 "살아남기 위해 당분간 PCS 3사가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PCS 3사는 SK-신세기의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시장공백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점유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SK가 보조금을 줄일 수밖에 없고, 또 지난달부터 의무가입제도가 폐지되면서 7%의 황금시장을 둘러싼 PCS업체들의 가입자 확보경쟁은 가열될 수밖에 없다.

이철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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