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단일화 조짐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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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전세계 증시의 24시간 연결'.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꿈같은 얘기로만 여겨졌던 이같은 일이 머잖아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최근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간 데다 미국의 나스닥까지 이 합병 움직임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은 아시아에도 진출, 미국과 유럽.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증권거래소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사이버 증권거래소(ECN)도 거래소시장을 이르게 잠식하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거래소간의 살아남기 위한 협력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 수수료가 떨어지고 종목 선택의 폭이 넓어지겠지만 전세계 증시의 동조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 유럽과 미국 거래소의 통합 움직임〓런던증권거래소(LSE)와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Deutsche Bourse)가 조만간 합병할 예정이다.

이 합병이 성사되면 다음 단계로 브뤼셀.암스테르담.파리 증권거래소의 통합거래소인 유로넥스트와도 합친다는 게 런던 거래소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 거래소가 하나로 합쳐질 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11월 독자적으로 나스닥 유럽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던 나스닥이 독자 거래소 보다 런던과 독일 거래소 합병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강효석 교수는 증권학회 세미나 자료에서 "미국 나스닥은 홍콩 증시와 교차 상장에 합의, 마이크로소프트 등 나스닥의 7개 종목을 홍콩증시에서도 거래토록 한데 이어 일본에도 진출해 오사카 거래소(OSE)와 제휴할 계획" 이라며 "이 경우 미국.유럽.아시아를 잇는 거래망을 구축하게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거래소의 대응과 파급효과〓증권거래소 임기택 조사국제부장은 "도쿄 거래소와 포괄적인 업무제휴에 합의했지만 국내법상 국내에 영업점이 없는 회원의 국내 상장주식 거래가 불가능하게 돼있어 구체적인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거래소가 이같은 제도적 보호망 안에서 안주할 경우 세계적인 국내기업들이 외국 거래소로 옮겨가 국내증시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대신경제연구소 곽경훈 금융실장은 "거래소간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 투자자 입장에선 수수료가 싸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정부가 거래소간 경쟁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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