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난타' 일년내내 두들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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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칼.냄비 등 각종 주방기구를 두드리는 소리를 사물놀이의 흥겨운 리듬에 담아 히트한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 가 제2의 도약기를 맞는다.

6월 초 서울 정동 컬처플라자 1층에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연중 공연체제로 들어가는 것. 한 작품만을 위한 전용극장이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의 웨스트 엔드에선 흔하지만 국내에선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난타' 를 제작한 PMC 프로덕션(대표 송승환)은 최근 정동 컬처플라자측과 2년 동안 계약을 맺고 언제라도 '난타' 를 공연할 수 있게 했다.

객석은 3백17석. 기존 공연에 비해 무대가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나 바닥 전후좌우에 레일을 깔아 각종 세트를 자유롭게 이동시킬 계획. 예매는 다음달 15일쯤 시작한다.

'난타' 의 전용극장은 공연문화의 산업적 측면에서 주목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외국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유혹하듯 '난타' 역시 일본인 등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주로 겨냥할 생각이다.

송대표는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려주는 공연상품이 없어 전용극장을 열게 됐다" 며 "관객 가운데 외국인 비중을 30~50%에서 시작해 내년쯤엔 70%까지 올리겠다" 고 말했다.

현재 이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작진이 앞날을 다소 밝게 내다보는 것은 지난해 8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호평과 올 초 일본공연의 성공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 올해에도 5월말 타이완, 6월 영국, 7월 아일랜드, 9월 뉴욕.말레이시아 등 17건의 해외공연이 확정된 상태다.

송대표는 "6년 전 선보인 영국의 '스텀프' 가 지금까진 2천2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며 "일본에서 공연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스텀프' 와 비슷한 '난타' 의 장래는 희망적이다" 고 밝혔다.

제작사는 외국인에 대한 호소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의 공연 전문가를 초청해 작품을 보완하고, 음악.안무도 종전보다 더욱 감각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방침. 사물놀이의 음악적 효과를 높이는 등 한국적 색채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7월엔 '어린이용 난타' 를 만들어 낮에는 어린이를, 밤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등 관객 차별화를 꾀한다.

이렇게 되면 '난타' 공연팀의 확대도 불가피하다.

전용극장.해외공연.지방공연 등 팀별 특화가 이뤄진다.

제작사는 현재 연습팀을 포함해 4개로 구성된 공연팀을 향후 상황에 따라 늘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난타' 의 상설무대는 국내 관객개발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공연문화가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국내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평론가 최준호 교수(예술종합학교 연극원)는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 이 장기공연 체제를 갖추면서 일본인 관광객을 다수 유치한 것처럼 '난타' 의 상설무대는 한국 공연문화의 산업적.국제적 가능성을 점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고 진단했다.

'난타' 전용극장이 문을 열면서 정동 일대는 서울의 새로운 문화벨트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난타' 극장 바로 위층에서 동시에 개관할 멀티플렉스 영화관(극장 5개)과 기존의 정동극장.정동아트홀.정동 A&C 등이 한데 어울리는 '도심의 문화장터' 가 생기게 됐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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