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실무회의] '타협의 정치' 골격 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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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청와대에서 열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영수회담 골격이 갖춰졌다.

실무접촉에 나선 민주당 김옥두(金玉斗).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총장은 23일 "회담에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여야관계의 정상화 및 정치 복원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 이라고 말했다.

1999년 3월 17일 이후 1년1개월 만에 열리는 영수회담은 '여야는 동반자 관계이며, 생산적 정치를 한다' 는 큰 원칙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金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국정운영의 파트너임을 언급하고, 향후 국정 현안에 대해 수시로 李총재와 만나 협의할 것임을 밝힌다는 것이다.

李총재는 제1당으로서의 한나라당 책임을 강조하면서 정치.경제 안정과 민생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다짐할 방침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험을 줄여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를 만들자' 는 합의가 나올 것이라고 실무대표들은 밝혔다.

다만 각론에 대해서는 막판까지 협상 대표들간에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한나라당측은 상호주의와 함께 '대북 지원 등 국민 부담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는 점을 명문화하려고 한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측은 영수들이 '초당적 협력' 을 다짐하는 수준의 원론적 합의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李총재는 회담에서 보안법 폐지, 주한 미군 철수 등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합의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점을 짚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이 요구한 관권.금권선거와 정계개편, 그리고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감정 해소 문제 등은 양측의 주장을 '적당한 수준' 에서 받아들이는 주고받기가 이뤄졌다고 참석자들이 소개했다.

금권.관권선거 문제도 진통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수용한다' 는 수준이면 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야당은 金대통령이 '인위적 정계개편을 않겠다' 는 약속을 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양측이 24일 한차례 더 접촉하기로 했지만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의 격을 외국 원수와의 정상회담에 버금갈 정도로 높였다" 며 "좋은 결과가 나올 것" 이라고 말했다.

이상일.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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