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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아주 특별한 프러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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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도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겠소? 63빌딩보다 더 높고 한강보다 더 면면한 나의 사랑을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오."
week&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이용해 아주 특별한 프러포즈를 연출해 봤다. 아쉽게도 벽면의 글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것. 그렇지만 그녀를 향한 독자모델 정우진(27.제일모직)씨의 마음만큼은 진실했을 것이다.

"새로 쓸 소설의 줄거리를 들려주겠소."

1866년 어느 날 마흔다섯살의 도스토예프스키는 속기사 안나 스니트니카의 집을 찾았다. 자신의 구술을 받아 '죄와 벌'을 기록한 스물다섯살 연하의 아가씨였다. 그녀에게 한 말은 비밀독서회에 가입했다가 사형 선고까지 받고 겨우 감형돼 시베리아에서 유형생활을 한 뒤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자신의 파란 많은 인생 고백이었다.

"그런 위기 속에서 주인공은 당신 또래의 여인을 만납니다." 안나는 평소처럼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렇게 나이가 많고 쓰레기처럼 살아온 남자에게 젊고 아름다운 처녀가 사랑을 느낀다는 게 가당키나 할까요.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소."

"왜 불가능해요? 정말 그를 사랑한다면 그녀도 행복할 거예요."

"주인공이 나고 내가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구혼한다고 가정합시다. 당신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이오?"

안나는 그제서야 도스토예프스키가 자신에게 청혼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대답했다.

"나라면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것입니다'라고 말할 거예요."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렇게 인생에서의 네번째 여인 안나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아름다운 청혼 덕일까, 실패 연속이던 그의 삶에도 구름이 걷혔다. '죄와 벌'을 비롯해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불후의 명작들이 안나와 함께 만들어졌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예가 아니더라도, 박신양이 부르는 '사랑해도 될까요'가 아니더라도, 인생의 반쪽을 찾기 위한 프러포즈는 신성하고 감동적인 의식일 수밖에 없다. 이번주 week&은 그런 '사랑의 울림'들을 들어봤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것인 만큼 기발한 것도, 튀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프러포즈가 감동적이려면 그 속에 진실한 사랑을 담아야 한다는 결론 아닌 결론이었다.

글=이훈범 기자<cielbleu@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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