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별명은 ‘호돌이 아빠’다. 김현이란 이름은 몰라도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호돌이’는 누구나 안다. 메달을 목에 걸고 상모를 돌리며 동그란 눈을 반짝이는 호돌이는 김현씨가 35살 때 공모에서 당선해 그의 대표작이 됐다. 대기업 디자인실에서 일하던 그는 호돌이의 탄생과 함께 ‘디자인 파크’라는 사무실을 내고 400건이 넘는 기업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김현씨가 디자인한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마스코트 ‘호돌이’ 캐릭터.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맡겨주는 의뢰인, 즉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시작되는 일이죠. 디자인에 힘을 반쯤 쓴다면 나머지 반은 의뢰인과 싸우느라 지치죠. 오죽하면 제가 ‘난 노예야’라고 했겠습니다. 남의 의지에 맞춰온 40년 생활을 이제 마감하고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며 살고 싶어요.”
이번 전시에 선보인 호랑이 상품이 바로 ‘김현 독립선언’의 첫 결과물이다. 2010년 ‘호랑이의 해’를 맞아 20여 년 만에 ‘호돌이’를 다시 불러냈다. 호랑이를 소재로 한 우산·넥타이·머플러·시계·찻잔·휴대폰·노트북 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디자인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 예술 상품을 만들겠다는 김현씨 마음이 담겨있다.
사진들은 한국 이미지. [디자인파크 제공]
김현씨는 이번 전시가 끝나면 한달 쯤 암자에 들어가 디자인 인생 50년, 60년을 설계한다. 서울 인왕산 꼭대기에 사는 자신이 호랑이와 맺은 인연이 심상치 않다는 그는 “죽을 때까지 호랑이만 붙들고 있어도 좋겠다”고 했다.
정재숙 기자
전문가 한마디
한국 디자인계의 실력자들이 교육에만 관심 기울여온 일이 비극이라면 김현은 그 한계를 넘어 현장을 지키는 상징적 존재이다. 세련과 당당함으로 승부해온 한 디자이너의 반생이 여기 있다. (정병규 북디자이너·한국디자인네트워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