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모든 현안은 국회서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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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13 총선 직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측근들은 "이제 정치의 중심은 국회" 라고 강조했다. 이원창(李元昌)선대위 대변인은 16일 "이제 한나라당은 여당과 함께 국정을 끌어갈 책임이 있다"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국회의 위상 강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것이 바로 야당의 역할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치를 원내로 끌어들인 뒤 '제1당' 의 몫을 찾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총선 직후 李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정치를 안정시키고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를 펼치겠다" 고 다짐했다.

그 '국민의 삶을 돌보는' 장(場)이 바로 국회라고 李총재 주변에선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모든 국정 현안의 국회 논의' 를 요구할 태세다.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할 경우 李총재는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영(李富榮)총무는 "국회 개원 전이라도 구제역 파문과 동해안 산불 사태를 다루기 위한 상임위를 열어야 한다" 고 말했다.

자민련에 대해 "교섭단체에 준하는 대접을 해줄 것" (李총무)이라며 손짓을 보내는 것도 이같은 한나라당의 원내 전략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의 위상 강화를 추진하는 데는 영향력 증대와 함께 여당의 정계개편(의원 빼가기)공세를 차단하려는 포석도 있다. 한나라당에는 병역비리 수사와 선거사범 처리를 고리로 한 여권의 공세가 이미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때 한나라당이 의지할 곳은 국회밖에 없다.

국회의 위상이 강화될 때 李총재의 대권 행보에도 크게 탄력이 붙는다. 소속 의원들을 활용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여권의 李총재 흠집내기 공세에 대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야당의 이같은 기대에 여당이 쉽게 부응해 줄 것이냐다. 李총재측은 청와대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직접대화 정치' 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李총재의 핵심 측근은 "여권은 강온(强穩)양면의 카드를 준비할 것" 이라며 "우리도 국회와 다수당 위치를 지키기 위해 같은 전술을 구사할 것" 이라고 말했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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