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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지하 많아…장애인 배려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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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姜모(53.전북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씨는 이번 선거에 참여할 것인지 12일까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 두발이 불편해 평소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투표장이 2층에 있어 투표를 하려면 곤욕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때도 아들에게 업혀서 투표를 하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의 눈길이 집중돼 당황스러웠다" 며 "이번 선거는 웬만하면 기권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이번 16대 총선도 장애인과 노인들에게는 불편한 투표일이 될 전망이다.

전북 도내의 10개 선거구에 8백58곳의 투표소가 이미 설치됐지만 이중 1백20여 곳(15% 가량)은 2층에 위치해있다.

특히 올해는 선거구 조정으로 투표소가 지난 15대 때의 1천42곳보다 1백84곳이나 줄어들어 농촌지역의 경우 10㎞ 이상 떨어진 투표장까지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 등의 투표 포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주 덕진의 오정례(무소속)후보는 10일 투표소를 1층으로 옮기자며 휄체어를 타고 선거운동까지 펼쳤다.

부산지역 9백39곳의 투표소 가운데 3백18곳이 지하나 2, 3층에 위치해 있다. 지하 투표소가 61곳, 2층 2백39곳, 3층 18곳 등이다.

부산 장애인총연합회 李복남 사무총장은 "투표소 3곳 중 한 곳을 계단을 오르내리는 곳에 만든 것은 장애인들에게 투표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 라며 "건물 1층에 투표소를 설치해 줄 것을 수십년간 요구해 왔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지역도 11개 선거구 5백91개 투표소 중 건물 지하나 2.3층에 위치한 투표소는 1백12곳(19%)이다. 지하 21곳, 2층 89곳, 3층 2곳 등이다.

이중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가 마련된 투표소는 한 곳도 없으며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투표소는 12곳에 불과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편의를 위해 이들 투표소에 안내인을 배치할 계획" 이라며 "1층 확보의 어려움과 예산 등의 문제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서형식.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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