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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오픈 폐막] "인류 가슴에 새긴 평화의 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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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See you again (다시 만납시다)."

▶ 15일 오후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세계문화오픈(WCO)"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팀들이 환호하고 있다(上). 배기선 의원, 백낙청 공동대회장, 서영훈 공동대회장 내외, 홍석현 조직위원장 내외(왼쪽부터)가 고양시 일산구 호수공원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폐막식에 참석해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下). 강정현.김태성 기자

[관련화보]WCO 폐막

15일 오후 9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헤어짐의 아쉬움을 전하는 문구가 떠올랐다. 세계 각국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던 관객 1만여명은 손뼉을 치고 환호하며 2년 뒤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하늘에선 10여분간 폭죽이 작렬했다. 청명한 가을밤을 대낮처럼 밝힌 불꽃은 활기찬 미래를 상징했다. 광장에는 유엔에 가입한 200여 나라의 언어로 '평화'라는 글자를 인쇄한 오색천이 휘날렸다.

또 수십만장의 종이 꽃가루가 무대를 뒤덮었다.'쾌지나 칭칭 나네'의 흥겨운 리듬이 20여분간 반복됐고, 무대 뒤편 분수대에선 하얀 물줄기가 하늘로 용솟음쳤다.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덩실덩실 어깨춤도 끊이지 않았다. 희망과 사랑이 메아리치는,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놀이판'이 차려진 것이다.

'세계문화오픈(WCO) 2004'가 15일 오후 6시 호수공원에서 폐회식을 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8일 미국 뉴욕에서 시작, 11일 서울.경기도로 바통이 넘겨졌던 대규모'문화올림픽'이 8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그간 참여한 단체는 70개국 354개. 서울.경기 대회에만 30만명의 관객이 찾는 성황을 이뤘다.

'WCO 2004'는 전대미문의 문화축제였다. '어울림- 그 아름다운 몸짓.소리.언어'를 주제로 '건강한 삶,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음악.미술.연극 등 개별 장르의 만남을 넘어서 몸과 마음, 개인과 사회, 국가와 세계를 동시에 껴안는'총체극'을 연출했다.

아나운서 손범수.조하나씨의 사회로 3시간 동안 진행된 폐회식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성대한 무대였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각국 공연단과 1만여 관객은 '화해와 상생'의 지구촌을 한목소리로 노래했다.

백낙청 공동대회장은 대회사에서 "이제 우리는 다시 전세계로 흩어지나 인류는 다양하면서도 공통된 문화라는 강한 유대로 이어진 한가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배기선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장은 "이번 대회는 마음의 벽을 뛰어넘는 열린 장으로서 인류의 가슴에 각인됐다"고 밝혔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천명수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대독한 환송사에서 "지구촌을 위협하는 모든 문화적 편견을 없애자"고 제안했고, 루이스 안토니오 코바네 모잠비크 문화부 장관은 "우리 후손은 평화롭게 풍요한 세계에 대한 첫걸음을 뗀 이 대회를 길이 기억할 것"이라고 축하했다.

홍석현 WCO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문화가 가진 희망의 힘을 발견했다"며 "앞으로도 각자 자리에서 인류의 미래와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홍 위원장의 폐회 선언과 함께 무대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를 불렀던 가수 이안의 청아한 목소리와 이번 대회에서 수상한 '김평호와 창원시립 무용단''한국춤교육연구회'의 역동적 춤사위가 이어졌다.

'평화의 달'공연은 우리의 오늘을 반성하게 했다. 하늘에 둥실 뜬'평화의 달'(풍선)과 TV 화면에서 쏟아지는 전쟁.기아 등 혼돈의 지구촌이 겹쳐진 가운데 신라시대 나라의 걱정거리를 몰아냈다는 '만파식적' 대금 가락이 흘러넘쳤다.

그래도 폐회식은 새로운 희망을 선언했다. 서울예술단은 일곱 색깔 '무지개 퍼포먼스'로 광장을 수놓았고, 또 풍물패의 선창으로 모든 관객이 '빨주노초파남보'를 외치는 순간 광장에는 환희의 물결이 일렁였다. 민족.국가.나이.남녀 등 모든 경계가 문화 앞에서 힘없이 무너진 것. 'WCO 2006'이 벌써 시작된 것 같았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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