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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도 발길 묶은 섬-보길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병자호란 때 전남 해남에서 의병을 모아 강화도로 가던 고산 윤선도는 인조가 항복했다는 소식에 뱃머리를 돌렸다.

은둔할 작정으로 제주도로 향하던 도중 고산은 한 섬을 만났다.

보길도(전남 완도군). 고산은 그 아름다움에 반해 보길도에 정착했고 지금도 보길도에는 고산의 14대손이 살고 있다.

여느 수려한 섬은 뭍에서 떨어진 고즈넉한 자태와 해변의 아름다움으로 관광객을 매료시키지만 보길도는 거기에 정자와 고택 등 윤선도의 유적, 그리고 또 한가지 멋이 더해졌다.

산. 그리 크지 않은 섬이지만 보길도는 독특하게도 해발 3~4백m 정도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상록수인 동백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짙푸른 봉우리는 고산이 '부용(芙蓉)' 이라 이름지었듯 연꽃잎 모양으로 늘어섰고 그 안에 멧돼지.노루 등 야생동물이 산다.

"지난해 말 김 양식장 그물에 멧돼지가 죽어 있어 마을 잔치를 열었다" 고 예송리 이장 김종률(65)씨는 말한다.

보길도의 산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윤선도 유적지인 동천석실. 동백나무 우거진 산길을 10분쯤 올라가면 나오는 정자 모양의 건물이다.

봄날 그 정자 앞에 서면 산들을 배경으로 녹색의 보리밭과 빨갛고 파란 지붕들이 한 폭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거기 산이 있다면 올라야할 일. 부용리 등산로 입구에서 제일 높은 남쪽 적자봉(4백30m) 꼭대기까지 쉬엄쉬엄 걸어 45분이면 오른다.

보길도 주변의 작은 무인도 뿐만 아니라 가까운 완도는 물론 맑은 날은 멀리 추자도와 제주도까지 남해의 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보길도에서는 택시를 타도 재미있다. 택시 운전사는 하나같이 보길도의 역사를 꿰고 있다. 택시를 타면 "조선 선조때…" 로 시작해 윤선도의 행적을 세세히 설명하고는 어부사시사를 흥얼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전화를 받아 "손님 계시다" 고 한마디 던지고는 다시 윤선도의 시조 오우가를 읊는 곳이 보길도다.

수도권이나 중부지방에서 보길도를 다녀오는 여행객이라면 오는 길에 영암군의 월출산관광호텔(0693-473-9311)에서 온천으로 피로를 푸는 것도 한가지 방법. 남탕과 여탕을 합쳐 1천5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온천탕은 시설 자체가 하나의 구경거리다.

▶교통.숙박〓카페리로 해남 땅끝 마을에서 1시간, 완도항에서는 1시간30분 걸린다.

땅끝 마을까지는 목포와 광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분~1시간마다 버스가 출발한다. 보길도에는 욕실을 갖춘 민박시설이 있어 한여름 성수기가 아니면 숙박에 큰 불편은 없다.

교통및 숙박 문의는 보길면사무소(0633-553-6501).

우리섬 여행클럽(02-733-5093)은 4월15일부터 5월말까지 매주말 무박 2일 보길도 여행을 떠난다.

보길도〓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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