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막아 보행자·버스 편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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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일 전국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조성된 대구시 중구 중앙로 대구역네거리~반월당네거리(1.05㎞)의 모습. 왕복 4차로가 2차로로 축소되면서 인도가 넓어지고 도로는 시내버스 전용 통행로로 바뀌었다. [프리랜서 공정식]


1일 오전 대구시 중구 남일동 아카데미시네마 앞. 폭 12m의 널찍한 인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인도 중간에는 폭 1.5m, 길이 20m의 수변공간이 있다. 바닥에는 분수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양쪽으로 뻗은 폭 40㎝, 깊이 30㎝의 실개천을 따라 물이 졸졸 흐른다. 실개천 옆에는 시민이 쉴 수 있도록 벤치 4개가 설치돼 있다. 유선형의 금속판으로 된 시내버스 정류장의 지붕이 세련미를 더한다. 회사원 김진구(27)씨는 “예전에는 인도 폭이 3m 정도밖에 안 돼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치곤 했다”며 “거리가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1일 개통한 대구시 대구역네거리와 반월당네거리 사이(1.05㎞) 중앙로의 모습이다. 이곳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대중교통전용지구다. 중앙로는 인근 동성로와 함께 도심 최대 상업지역이다.

이 도로에선 대중교통수단(시내버스)과 보행자가 주인이다. 이를 위해 왕복 4차로인 중앙로를 2차로로 줄였다. 차로를 축소했지만 시내버스 전용통행로로 운영돼 통과 시간은 오히려 줄었다. 시민 편의를 위해 택시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만 통행할 수 있다. 통행허가를 받지 않은 승용차나 트럭은 일절 다닐 수 없다.

이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기사 허영복(44)씨는 “차량이 막힐 때는 통과하는 데 10분이 걸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3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차량 속도는 현재 시속 10.9㎞에서 25㎞로 당겨질 것으로 시는 예상한다.

보행자를 위한 시설도 크게 늘었다. 줄어든 도로 폭만큼 인도가 확장됐다. 평균 3∼4m이던 인도 폭을 4∼12m로 넓혔다. 양쪽 인도에는 실개천 750m를 만들고, 그 옆에는 시민이 쉴 수 있도록 벤치를 설치했다. 횡단보도는 종전 3곳에서 7곳으로 늘었다.

고민거리도 있다. 택시나 승용차의 진입을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구시는 이곳에 무인교통단속장비를 설치하고 경찰과 함께 현장에서 지도·단속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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