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전과 공개…파장 갈수록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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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13 총선 투표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각당은 막판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막판 변수는 대개 유세장에서의 충돌 또는 돌출 발언, 예기치 않은 사건사고, 판문점 총격사건 등 북풍, 그리고 투표율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과거와 달리 또다른 막판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선거일에 임박해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들의 전과(前科)기록이다. 사기나 폭행 등 파렴치한 범죄사실의 공개는 유권자들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막판 파괴력 전과 공개〓2일 과천 중앙선관위 선거상황실에는 3, 4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후보직 사퇴 절차를 묻는 전화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과기록 공개 방침이 결정된 후부터 심심찮게 후보 사퇴 절차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고 귀띔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1천1백79명의 후보 전원에 대한 전과 공개는 이번에 처음 실시되는 새로운 제도. 선거법 제49조 10항은 '관할 선관위는 후보등록 마감 후 지체없이 선거구를 관할하는 검찰청의 장에게 후보자의 금고(禁錮)이상 전과기록을 조회해야 한다' 고 돼 있다.

전과 공개를 앞두고 검찰과 선관위의 분위기는 긴장상태다. 이미 충남의 모 후보, 수도권의 당선유력 후보 A씨 주변에선 간통혐의 등 전과 경력이 유포되면서 이들의 당락 여부가 설왕설래되고 있을 정도다.

더구나 전과 공개 시점이 당초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여 파괴력은 더 커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당초 4일로 예상했던 전과 공개가 검찰 자료 송달 지연 등으로 3~4일 정도 늦춰질 전망이다. 이럴 경우 선거일에 임박해 공개된다는 점에서 후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 가족도 모르는 전과〓 "후보 부인도 몰랐던 전과가 튀어나올 수 있다."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선관위는 그동안 전과 공개 문제를 놓고 검찰측과 실무 문제를 협의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몇가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지검에서 정부수립을 전후한 혼란했던 시기의 수형(受刑)기록도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고심 끝에 후보마다 출생 이후 지금까지 남아 있는 금고 이상의 전과기록을 모두 공개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럴 경우 해당 후보의 결혼 전 전과기록까지 공개될 수 있어 가족도 모르는 전과기록이 출마와 함께 드러날 수도 있는 셈이다.

후보 사퇴 절차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선관위의 분석이다. 선관위는 전체 2백27개 지역구 중 1백20개 이상 지역구의 자료가 도착해야 입력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파장이 큰 만큼 공개 시점의 형평성을 의식한 조치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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