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어떻게 전파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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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구제역은 어떤 경로를 통해 국내에 유입됐을까. 1934년이후 66년동안 구제역 발생이 없었던 우리나라로서는 정확한 발병경로가 '미스터리' 로 남아있는 가운데 최근 극심해진 '황사' 현상이 유력한 감염경로로 지목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홍성.파주 지역의 구제역이 모두 지난달 19~20일께 발생했고 ▶두지역이 모두 서해안에 면해있는 점을 감안할 때 황사바람을 타고 구제역 바이러스가 넘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2일 밝혔다.

중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비가입 국가여서 가축 전염병 발생자료가 국제적으로 정식 보고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해 푸젠(福建)성에 이어 2~3월께 옌볜(延邊)지역에서 구제역 발생이 알려지는 등 구제역 발생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97년 돼지구제역이 발생했던 대만에서도 올 1월 염소 구제역이 발생하는등 구제역 발생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 괴질이 홍성으로 전염된 것이라면 두 지역이 발병시기가 차이가 있어야 하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점으로 미뤄 방역당국은 '황사 전파설' 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공기를 통한 전염이 되려면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바람이 불어야 되고 ▶저온(섭씨 15도 이하)에 적당한 습기(습도 70~80%)가 있어야 하며▶산 등 장애물이 없어야 하는등의 조건이 갖춰져야한다.

실제로 지난 1981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바람을 타고 영국으로 넘어간 사례도 있다고 농림부는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도 "중국 타클라마칸사막 등 내륙 깊숙한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는 편서풍을 타고 4~5일만에 한반도에 도착한다" 며 "이달에 발생했던 황사는 예년의 15배 수준이어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황사바람을 타고 넘어올 개연성은 충분하다" 고 말했다.

김옥경 수의과학검역원장은 "이번 한국과 일본 3개지역에서 발생한 전염병 바이러스 모양이 비슷한 점으로 미뤄 구제역 발생국가로부터 공기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특히 중국 여행객.수입 건초.야생동물 등 다른 전파 가능성이 배제된 상태에서 황사가 매개한 것이 확실하다면 가축 전염병이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그러나 ▶중국에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해안가 지역에서는 발병하지 않은 데다 ▶한국보다 거리가 먼 일본에서 지난달 12일 먼저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황사' 외에 수입건초.축산물.해외여행객들의 소지품 등에 묻어서 전염됐을 가능성도 점쳐지고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유입경로는 바이러스 검사결과를 통한 각국의 구제역 바이러스 비교를 통해서야 확인될 전망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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