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밝힌 '북한 특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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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1일 '북한판 중동특수(中東特需)' 발언은 무엇을 두고 한 말일까.

"총선 뒤 중동특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북한특수가 있을 것" 이라는 말 그대로라면 남북관계에 획기적 진전이 임박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바로 "총선 후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 이란 언급은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대목이다.

'제2의 중동특수' 가 뭘 뜻하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가 북한의 서해안에 추진 중인 현대공단을 거론한다.

그런 가운데 金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3월 9일)에 담긴 전력(電力)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대북 투자를 통한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이 그 알맹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서 북한이 이미 金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남북간에 실무자급 접촉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이탈리아 외무장관의 방북과 북.일 수교회담을 앞두고 양국간에 논의되고 있는 내용 등은 바로 金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지원외교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호응하면 항만.도로 등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고 중소기업도 거기에 참여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취지" 라고 설명했다.

' 중동특수는 4차 중동전(1973년 10월)때 유가폭등으로 달러를 거머 쥔 중동국들이 한국기업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맡기면서 85년까지 7백억달러의 건설수주를 올린 호황기. '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진출은 외국기업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가질 수 있는 2천2백만 인구의 새 시장을 얻는다는 의미" 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특수의 실체에 대한 논란도 우려된다. 중동특수의 원천이 오일달러라면 파산상태의 북한에 진출한 우리기업이 누릴 '호황' 은 결국 북한에 쏟아부은 국민세금에 불과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북한의 반응도 문제지만 金대통령은 대체로 낙관하는 듯하다. 그래서 "북한이 우리의 진심을 알기 시작했다" 고도 했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북 접근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 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들어 金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을 10여차례나 언급하고 북한과의 물밑접촉 사실을 내비치는 것 등은 총선 후 남북문제와 관련한 모종의 중대발표를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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