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미군, 美8군내 호텔 증·개축 놓고 충돌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서울 용산구 미8군 기지내에 미군측이 구청의 사전 허가없이 호텔을 증.개축하자 용산구가 이의 자진철거를 요청했으나 미군측이 거절, 양측간 충돌사태마저 우려된다.

용산구는 31일 이날까지 미군측이 용산기지내 '드래곤 힐 호텔' 의 불법 증.개축 현장을 자진 철거하지 않음에 따라 다음주 초 예정대로 불도저 등을 동원해 현장 강제철거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철거가 강행될 경우 미군부대 출입은 미군측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양측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군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용산구가 구청장의 도로굴착권을 행사해 문제 현장의 진출입로를 파내는 방안을 쓸 수도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측은 "기지내 건축물은 중앙정부와 협의할 사항이지 지자체와는 무관하다" 며 철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는 지난달 18일 '미군이 용산구와 협의할 의무가 없다' 는 유권해석을 내려 용산구와 의견을 달리했다. 외교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상 주한미군측이 우리 건축법에 따라 용산구청과 협의 또는 허가를 받을 법적 의무는 없다" 고 밝혔다. 또 용산구가 자진철거를 요청한 것도 정상적인 행정절차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사관의 경우 우리 땅을 매입한 경우이기 때문에 국내 건축법의 규제를 받지만 미군부대는 공여된 땅이기 때문에 내부 운영에 관한 자율권까지 넘겨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산구 관계자는 "SOFA 등을 감안하더라도 '미군측이 불법으로 건물을 짓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며 "'중앙정부가 미군의 불법행위에 미지근하게 대처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고 주장했다.

한편 주한미군측은 지난해 말부터 미군기지내 기존 드래곤 힐 호텔 바로 옆에 지상 6층.지하 1층짜리 건물을 증.개축해왔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