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금액 불법정치자금 벌금형-징역형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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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 위원 얘기가 나온 것은 최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대부분의 피고인이 1심을 마친 뒤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 가운데 상당수는 김 위원과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김 위원의 경우처럼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는지를 놓고 서로 의견을 나눈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나지만 벌금형은 5년간만 제한된다. 따라서 김 위원의 벌금 600만원형은 받은 돈의 액수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맡은 한 재판부에는 해당 피고인의 변호인이 김 위원에 대한 판결문을 참고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변호하는 피고인도 김 위원처럼 선처해 달라’는 취지였다. 결국 부장판사들은 김 위원에 대한 형량이 낮아 보이긴 하지만 개별 사건마다 범죄사실이 다르므로 각자 판단에 따라 선고하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다.


이후 서울고법 형사7부는 2004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때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차관에게 지난 20일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위원과 장 전 차관 모두 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액수를 받았는데 한쪽은 벌금형, 다른 쪽은 징역형이 선고된 것이다.

김 위원 사건을 맡았던 형사10부는 “김씨가 받은 돈이 위법하긴 하지만 돈을 준 사람들이 김씨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징역형을 선고한 1심은 너무 무겁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당선 가능성이 낮으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도 되는 것이냐”며 “법원의 선고를 둘러싼 형평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선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등 정치 관련법에 대해서도 양형(형량을 정하는 것)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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