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씨 사기사건 은행지점장 관여한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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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장영자(張玲子)씨 등이 관련된 구권 화폐 교환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29일 단순 피해자로 알려진 S은행 지점장 徐모(45)씨가 張씨를 수차례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徐씨가 이번 사건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林安植)는 29일 "徐씨로부터 3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尹모(41.여.구속)씨가 자신과 함께 徐씨와 張씨가 이미 여러차례 함께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고 밝혔다. 徐씨는 지금까지 尹씨와 접촉했을 뿐 張씨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검찰은 또 "徐씨가 張씨를 자신의 주요 고객 중의 한명으로 관리해 왔다라는 첩보가 잇따라 이번 사건을 단순 사기극이 아닌 사채업자-중개인-은행 지점장간의 음성적인 거래에서 불거진 금융사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 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S은행측은 "徐씨가 현재 '사건 직후 은행의 감사를 받고는 현재까지 출근하고 있지 않은 채 '잠적한 상태" 라며 "아직까지 허위.배임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징계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고 밝혔다.

1980년대 초 S은행에 입사한 徐씨는 은행 내에서 고속승진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사채업자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은행 예치금을 높여왔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말이다.

S은행 관계자는 "徐씨는 대출받으러 온 고객들의 대출조건이 여의치 않을 때 사채업자를 소개시켜 주는 브로커 역할까지 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徐씨는 은행감사에서는 "고객 李모(85.여)씨의 단순한 심부름 역할을 했다" 고 밝히면서도 실제 검찰조사에선 "李씨는 나를 믿고 동의해 주었을 뿐 모든 것은 내 책임" 이라며 李씨를 보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서는 "일이 잘못돼 은행에서 퇴직을 당하더라도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고객은 철저히 관리, 차후를 대비하겠다는 徐씨의 계산이 깔린 것" 으로 보고 있다.

또 자칫 李씨를 전면에 내세워 검찰의 조사를 받을 경우 또 다른 파문이 일어날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한편 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조만간 徐씨의 소재를 확인, 소환조사함과 동시에 徐씨의 고객 李씨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최민우.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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