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내전 다시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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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스리랑카 내전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반군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LTTE)가 지난해 정부군에 빼앗긴 북부 자프나 반도의 전략요충지를 탈환하려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LTTE는 27일 새벽 기습공격으로 자프나 반도 내 정부군이 점령하고 있던 마무나이 기지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정부군은 이 과정에서 정부군 52명이 사망하고 2백75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군은 반군도 1백50명 이상의 인명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으나 반군측은 4명만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군은 즉시 반격에 나서 반군 거점에 대한 폭격을 강화하는 한편 반도내 일부 주요 도로도 재탈환했다.

◇ 끝없는 내전〓스리랑카의 내전은 1972년 다수민족인 싱할리족 정부가 소수민족인 타밀족에 불리한 헌법 개정안을 채택함으로써 본격화했다. 수차례의 대규모 폭동과 테러, 반군과 정부군의 전투 등으로 지금까지 5만5천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군의 공세로 궁지에 몰린 LTTE는 대규모 전투보다 자살 및 폭탄테러 작전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수도 콜롬보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28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통령 선거 유세 현장 두 군데에서 역시 자살테러가 발생, 집권당 후보였던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대통령이 한쪽 눈을 실명했고 3명의 장관 등 38명이 숨졌다.

스리랑카 정부는 올해 초 콜롬보 일대에서 대대적인 검문과 가택수색 등을 벌여 타밀족 출신 3천여명을 체포하는 등 테러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내전의 배경〓스리랑카 내전은 1천7백만 인구 중 약 74%를 차지하는 싱할리족과 17%를 차지하는 타밀족간의 뿌리깊은 종족.종교간 반목에서 비롯됐다.

아리아계의 싱할리족은 기원 전 5세기 왕조를 건설한 이후 스리랑카 전역을 지배했으나, 11세기 인도에서 건너온 드라비다계의 타밀족에 의해 남부지역으로 쫓겨난 역사적 경험이 있다.

두 민족간 반목은 식민지 시절 영국의 타밀족 우대정책으로 더욱 깊어졌다. 1948년 독립 후에는 다수민족인 싱할리족이 정권을 잡으며 싱할리어를 유일 공용어로 채택하고 불교 우대정책을 펼쳐 힌두교도인 타밀족의 반발을 샀다.

독립 당시부터 자치권을 주장해온 타밀족은 70년대부터 분리독립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76년 마오쩌둥(毛澤東)주의를 표방하며 비타협적 무장투쟁을 전개하는 LTTE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내전의 길로 들어섰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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