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내 CEO 만난 캐피털 그룹, 배당·노조문제 집중 질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 최태원 SK 회장이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미 캐피털그룹의 투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내 증시의 대표적 외국인 '큰손'인 미국 캐피털그룹이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비공개 투자전략 회의를 열고 신한금융지주.삼성전자.SK.현대자동차 등의 최고위급 경영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회사별로 약 1시간씩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캐피털그룹은 장기투자를 하는 기관 특성상 기업들의 미래 성장 전략과 배당 계획, 노조 문제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회의에는 캐피털그룹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이사진과 펀드매니저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윤종용 부회장, 주우식 전무 등이 참석한 삼성전자에 대해선 배당 확대와 우수 인재 확보, 미국증시 상장과 미래 성장 비전 등에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순이익의 50%를 배당 등으로 쓰는 주주중시 경영을 지속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미국증시 상장에 대해선 "검토할 게 많다"며 즉답을 피했다.

면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였다.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싸움을 벌였던 SK는 전문 경영인이 참석한 다른 기업과는 달리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섰다. 그만큼 캐피털그룹의 협조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날 석유사업에 대한 전망과 투자 계획, 리스크 관리 대책, 투명경영 실천 방안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논의가 오갔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최 회장은 "SK그룹 문제가 아니라 SK㈜의 현안만 논의했다"고 말했다.

캐피털그룹의 관계자들은 신한지주의 최영휘 사장에게는 신용카드시장 침체와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의 전망, 해외 은행의 한국 진출에 따른 은행권 경쟁 등의 문제를 물어봤다. 캐피털은 특히 신한-조흥은행 통합과 관련 "한국의 노조가 강성으로 알려져 있는데 통합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느냐"고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은 현대차의 '글로벌 톱 5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2007년까지 중국 현지 생산규모를 10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김 부회장의 말에 캐피털 측은 중국시장에서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데 대한 대책을 묻기도 했다.

캐피털그룹은 920조원(8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초대형 미국계 투자회사로 국내 주식시장에 5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30여개에 달한다.

김창규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