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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황사의 깨우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유엔 전문기구인 세계기상기구가 정한 '세계기상의 날' (3월 23일)부터 우리나라에는 사상 최악의 황사가 기습했다.

인공위성 자료 등에 의하면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발생된 황사구름은 이날 새벽 황해의 발해만에서 랴오둥(遼東)반도-신의주-압록강을 지나 북한 지역을 뒤덮고 있었다. 한반도 2배 크기의 황사구름은 동서의 길이 약 2천5백㎞와 남북의 폭 6백㎞ 정도 확장돼 남쪽 가장자리가 황해 대부분과 충청지역까지 뒤덮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날 오후 6~12시 청주근교 등 중부지방의 먼지 총량(TSP)이 1㎥의 공기 속에 1천~1천3백96㎍이었고, 직경 10㎛의 작은 먼지들이 7백86~9백96㎍이나 되는 등 먼지량이 가장 높게 기록된 것이다.

또한 가시거리는 불과 1.4㎞였다. 이는 평상시의 TSP 평균농도 100㎍과 미세먼지 70㎍의 10~14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 건강 등에 큰 문젯거리임이 확실하다.

매년 봄이면 내습하는 황사 먼지는 눈병과 각종 호흡기 질환을 발생시키고, 농작물의 숨구멍을 막아 성장에 장애가 되며, 정밀 전자산업 등에 큰 영향을 준다. 매년 몰아닥치는 수만 내지 수십만t의 황사먼지가 수백~수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공위성 관측과 각종 장비로 분석된 결과에 따르면 황사는 큰 입자도 있지만 주로 2.5㎛ 이하의 미세먼지로 구성돼 폐 깊숙이 들어간다. 황사는 모래인 규소성분이 대부분이고 알루미늄.망간.비소 등 여러가지 중금속이 포함돼 있으며, 중국 북서부와 몽골 표토의 특징인 염기성을 나타낸다.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시킨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삼국사기와 중국의 역사기록에 의하면 황사는 지난 2천~3천년간 꾸준히 발생된 자연현상이다. 발원지는 한반도의 20배가 넘는 몽골과 중국 북서의 광활한 사막 및 황토지대로서 최근의 기후변화와 사막화 추세에 따라 그 지역이 점차 확대되고 발생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황사의 발생과 그 영향은 평상시의 많은 먼지와 함께 우리 대기환경의 아주 심각한 문제다.

황사의 발생과 이동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매우 어렵다. 서해안에 3천m 높이의 언덕과 장벽을 설치하면 황사가 다소 침적되고 감소될 수 있으나 편서풍 기류에 의해 넘어오거나 돌아오게 된다.

현재로서는 발원지대에 관개를 하고 식목을 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그 광활한 사막지역을 조금이라도 녹화함으로써 황사발생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다. 피해자인 우리도 중국과 몽골의 녹화사업에 지원과 협력을 쏟아야 한다.

최근에는 황사 먼지 유입의 예방을 위해 전자제품 공장에 환기용 필터와 집진기를 설치, 가동해 제품의 불량률을 많이 감소시키고 있다. 반면 일반 국민 대부분은 엄청난 양의 먼지를 그냥 호흡하며 살고 있다. 현대인의 질병 중 약 절반은 환경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알고 있는 예방지식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황사 계절에는 가정에서도 집진기를 활용해 감기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황사오염 축소를 위한 조사.연구도 보완되고 강화돼야 한다. 이를테면 좀더 전문적이고 책임있는 예보가 필요하다. 지난번 황사 발생은 하루 전의 신문에도 보도되지 않았고 흙비가 두번 온 뒤에 황사가 온다고 TV 방송을 했다. 황사의 예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정확한 예보로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황사 피해를 줄이려면 중국이나 몽골과의 실질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황사에 관한 꾸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각종 정보를 확보하고 녹화 등 지원과 협력을 백방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황사 대책 이전에 우리의 먼지오염부터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평상시 우리 공기 중의 먼지량은 선진사회에 비해 2~3배 높다. 황사만 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보고 짖는 격' 임을 알아야 한다.

정용승<한국과학기술한림원.대기환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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