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푸틴의 러시아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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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6일 실시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직무대행의 당선이 확정됐다.

러시아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결단력 있고 유능한 지도자의 출현을 바라는 러시아 국민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하면서 우리는 47세의 젊은 지도자 푸틴이 끌고갈 러시아의 앞날에 대해 엇갈린 관측이 병존하고 있는 점에 유의한다.

푸틴 당선자가 앞으로 러시아에 법치주의적 질서를 확립, 개혁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정비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과 함께 옛 소련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부활할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확고한 권력 장악을 위해서는 금권과 정보력을 움켜쥔 올리가르키(과두지배세력)의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에 주목하는 이들은 그의 통치행태가 민주적 다원주의와는 양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푸틴의 러시아가 어떤 행로로 나아갈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한반도 주변 4강(强)의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우리로서는 그의 집권이 행여라도 한반도에 부정적 파장을 몰고오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푸틴의 대외정책이 '강대국 러시아' 의 부활이라는 민족적 대중주의(포퓰리즘)에 치우칠 경우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양상을 띠게 될 것이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서도 러시아가 미국.중국과 경쟁하고 대립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달 비밀 신조약을 체결, 탈(脫)냉전 이후 소원해진 관계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처한 경제.군사적 한계에 비추어 섣불리 모험주의를 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실용주의만큼 외교적으로 현명한 선택은 없다는 사실을 푸틴 당선자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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