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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매듭 지은 '현대경영자협의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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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7일 오전 현대그룹 본사에서 "정몽헌 회장이 유일한 회장" 이라고 밝힌 곳은 바로 '현대경영자협의회'.

경영자협의회는 1998년 4월 기업구조개선 차원에서 그룹조직 해체를 요구한 정부의 뜻에 따라 그룹을 해체하는 형식을 띠고 대신 계열사간 공통된 일을 결정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당시 현대그룹 내 회장이었던 정몽구.몽헌 회장이 경영자협의회의 공동회장을 맡았으며, 사안이 있을 때마다 해당사의 사장들이 같이 참여해 임원인사나 그룹 공통의 일을 의논했다.

회의 내용에 대한 결정은 정몽구.몽헌 양 회장이 협의해 이뤄졌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사안이 아주 중요할 때만 참석했으며 평소에는 구두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7일을 경영자협의회를 계기로 정몽헌 회장이 단독 경영자협의회 회장이 됐으며 법적인 최종결정권자도 정몽헌 회장이 됐다.

다만 아주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주영 명예회장의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 본사 15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정몽헌 회장 등 그룹 사장단 30여명이 참석했다.

'∏' 모양으로 테이블을 배치한 회의장 앞쪽 헤드테이블 가운데에 정주영 명예회장이 앉고 왼쪽 정몽헌 회장, 오른쪽 정몽구 회장이 배석했다.

이는 鄭명예회장과 측근들이 후계구도 발표를 위한 좌석배치에도 세심한 배려를 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鄭명예회장의 의도대로 '좌 몽헌 우 몽구' 를 앉혀 정몽헌회장은 그룹의 경영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만 전념하면서 집안일을 돌보는 좌장으로 배치했다.

정몽헌 회장의 왼편으로는 김형벽 현대중공업 회장과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앉았고 정몽구 회장 오른편으로는 박세용 인천제철 회장과 유인균 현대강관 회장이 자리를 차지했다.

현대 한 관계자는 "이번 경영자협의회는 정몽헌 회장이 24일 귀국하면서 소집된 것이지만 26일 오후 정몽구 회장측이 '회장직 복귀' 를 선언하면서 회의소집이 하룻밤 사이에 3번이나 취소됐다 살아나는 소동이 일어났다" 고 말했다.

전날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정몽구 회장은 경영자협의회를 자신의 복귀를 확인받는 자리로 이용하려고 했고 몽헌 회장은 이를 막기 위해 끊임없이 취소시켰던 것이다.

결국 밤늦게 양 회장간 의견의 조율되고 경영자협의회는 다시 몽헌 회장에 의해 소집됐다.

이날 회의는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의 영업실적 보고 뒤 바로 정주영 명예회장의 발표로 이어졌다.

정몽구 회장은 부친이 나간 뒤 이에 대한 승복을 뜻하는 짧은 맺음말을 했을 뿐이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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