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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이병헌·김태희 뜨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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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요일인 29일 시민들의 서울 광화문광장 출입이 통제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동안이다. TV 드라마 촬영을 위해 양 방향 도로 중 한쪽 방향도 다닐 수 없게 된다.

서울시는 27일 “KBS의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으로 29일 오전 7시부터 12시간 동안 시민들의 광화문 광장 접근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아이리스’는 액션블록버스터 드라마로 이병헌·김태희·정준호·김소연·김승우 등이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는 이 드라마의 제작지원을 맡고 있다. 촬영장소 협조와 함께 일부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예정된 촬영은 핵테러를 시도하려는 집단과 이들을 막으려는 측과의 총격전 등이다. 차량 폭파 장면도 포함돼 있다. 촬영 기간 동안 세종문화회관 앞 5차선 도로는 통제된다. 대신 서울시는 교보빌딩 앞 5차선 도로를 임시로 구분해 양방향 통행시킬 계획이다. ‘아이리스’는 상암동 노을공원과 북서울꿈의 숲, 광진교 걷기 좋은 다리 등지에서도 촬영했다.

서울시 배공순 매체협력팀장은 “드라마가 해외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고 있어 서울시의 중요 장소들이 많이 촬영되면 해외 홍보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서울시를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팀장은 “당초 제작사가 요구한 시간은 이틀이었지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29일 하루만 허가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리스’는 해외 16개국과 수출계약이 체결됐거나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통제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회사원 원창식(45)씨는 “광화문광장을 대외적으로 홍보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불편을 감수하라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택시 기사 박인석(57)씨는 “광화문광장에 나들이객들이 몰리는 휴일에 한쪽 방향의 차로를 완전히 막으면 교통체증이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근 상가 관리인인 김덕자(56)씨는 “주변 상가들은 주말 관광객에게서 얻는 수입이 꽤 크다”며 “낮시간대에 시민들을 통제하면 장사를 공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올 7월 개봉된 영화 ‘해운대’의 경우 부산 광안대교를 통제하고 촬영한 바 있으며, 영화 ‘신기전’ 촬영 때는 경복궁 전체를 사용하기도 했다.

영화사 MK픽처스의 심재명 대표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서울이나 광화문이 외국에 알려지고 해외 시청자들이 광화문광장에 대해 궁금해하고 실제 찾아오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도 “영화나 드라마 등 잘 빚은 문화상품의 혜택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혜영(33)씨는 “드라마가 해외에 수출되면 국가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루쯤 불편을 참을 만하다”고 말했다.

강갑생·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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