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머니] ㈜이야기 금훈섭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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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야기 금훈섭(琴薰燮.38)사장의 별명은 '도깨비' 이다. 이야기는 올 신학기초 화제가 됐던 대구계성.포항제철 등 초등학교에서의 학생회장 전자투표가 이뤄졌던 온라인 가상학교다.

인터넷업체로는 드물게 이미 4년째 경영수익만으로도 흑자를 내고 있다. 영덕 태생으로 경북대법대를 나온 琴사장은 사법고시 10수생(十修生)출신이다.

백수상태로 결혼식을 치르기엔 아내에게 너무 미안해 '잠시' 라는 생각으로 설흔에 처음으로 보험회사에 취직했다.

어느날 월 보험료가 6백만원인 대단한 고객을 만났다.

"중졸학력에 방통대를 다니는 40대 초반의 자수성가형 부자를 보며 '내 사업' 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

한창 잘 나가던 직계상사가 인사발령지 한장으로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모습을 보자 바로 사표를 던졌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망설이지 않아도 됐다. 고시공부 시절에 읽은 '권력이동' (엘빈 토플러)을 통해 '정보〓힘과 돈' 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때문에 컴퓨터도 미리 친해 놓은 터였다. 그러나 가진 돈이 너무 없었다.

"대신 신용을 쌓을 궁리를 했습니다. "

친구가 사장인 주유소에 취직했다. 일년간 주유소를 봐주고 주유소 관리 컴퓨터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대신 주유소의 매일 현금수입은 그의 개인통장을 거치도록 했다.

1992년 적지 않은 액수의 통장평균잔고를 밑천으로 대구 동성로에서 '결혼 이야기' 라는 정보제공사업을 차렸다. 1년만에 1억2천만원의 빚만 졌다. 책상 1개만 남기고 고가의 사무실 집기를 모조리 처분했다.

"다시는 의자에 앉아 편히 일하지 않겠다" 는 각오로 혼수품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3년만에 빚을 갚고도 돈이 좀 모일 정도로 성공했다. 다시 '이야기 정보시스템' 이라는 영남지역 종합DB사업에 도전, 고전하던중 한 초등학교 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초등학교 정보화로 DB를 특화시켜주면 전교생이 회원으로 가입하겠다는 것이었다.

琴사장은 '이거다' 라는 생각에 벌여놓은 일을 모두 접고 사이버초등학교 '이야기' 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참 아이' 를 교육지표로 하는 '이야기' 는 숙제 도우미뿐 아니라 알림장.성적표 전달, 게임, 동아리 활동 등 어린이들의 하루생활 모두가 온라인에서 해결되도록 돼 있다.

현재 대구.포항.광양.김천.구미 등 22개교 2만5천여명의 어린이들이 가입해 거대 온라인 학교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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