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영위원 '내사람 심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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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선 초.중.고교의 운영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불법.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교장이 멋대로 위원을 뽑는 등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올 7월부터 학교운영위원들이 교육감을 투표로 선출하게 됨에 따라 '자기 사람 심기' 경쟁이 일고 있는 탓이다. 학교 운영위는 이달 말까지 구성을 마쳐야 하며, 학교마다 위원 선출이 한창이다.

위원은 교원.학부모.지역 주민의 3그룹으로 나눠 뽑는다. 학교 운영위원은 학생수에 따라 5~15명을 뽑도록 돼 있다. 운영위원회는 학교예산 편성 및 결산.교육자료 선정 등 학교 운영을 전체적으로 심의한다.

◇ 편법 규정 만들기〓교원위원은 전체 교사가 민주적으로 뽑아야 하는데도 전북 남원시 J초등학교는 교원위원을 학년별로 1명씩 할당해 선출하려다 무산됐다.

전주시 D중학교는 특정인을 뽑기 위해 성별.학년별로 배정하려다 교사들이 항의하자 취소했다. 학교측이 법에도 없는 규정을 만들었던 것이다.

전주 0중학교에서는 '운영위원 선출관리위원' 을 교장이 일방적으로 임명하려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원래는 전체 교사회의에서 총의를 모아 선출하도록 돼 있다.

◇ 사퇴 권유〓대전지역 K중학교의 경우 교원 후보에 30대 교사가 입후보하자 교감이 나서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력이 짧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교감이 입후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후문이다. '

교장은 당연직으로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기 때문에 교감이 운영위원이 되면 교사나 학부모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이 작아진다.

◇ 특정인 임명〓대전 B초등학교의 경우 지역주민 위원 3명을 교장이 임의로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에 따르면 교원과 학부모위원들이 추천한 인물 가운데 지역위원을 선출해야 한다. 이 학교는 교원.학부모 위원들 조차 뽑지 않은 상태다.

이외에 전주 J초등학교는 남편(지역주민 위원)이 최장 임기(2년 중임)를 채운 뒤 부인을 다시 운영위원으로 내세우려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전북대 김천기(金仟基.교육학과)교수는 "학교 운영위원 선거가 파행으로 치달으면 교육 자치기반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고 말했다.

장대석.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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