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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기획 숲에 미래가 있다 [5] 숲에서 에너지가 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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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도 여주읍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 내에 위치한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목재 펠릿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빈 기자]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상거리 영동고속도로 옆에 있는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 이곳에는 나무 톱밥을 가공해 손가락 덩어리로 만든 목재 펠릿(pellet)을 생산하는 시설(연간 1만2000t 규모)이 있다. 산림부산물을 연료 에너지로 이용하기 위한 시설이다. 460여㎡ 면적에 아파트 5층 높이로 솟은 펠릿 생산라인은 매일 쉬지 않고 돌아간다.

톱밥이 펠릿 생산라인에 들어가면 밀가루 반죽처럼 뭉쳐지고, 이어 150도의 열과 강한 압력을 받는다. 그러고는 국수가 뽑혀 나오듯 펠릿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름 6㎜, 길이 32㎜로 담배 필터처럼 일정한 모양이다. 만들어진 목재 펠릿은 20㎏짜리 부대에 담긴다. 목재 펠릿은 제재소에서 나오는 톱밥·대팻밥, 목재 부스러기를 분쇄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원료의 100%가 나무다.

목재 펠릿만 사용하는 보일러도 있다. 연료통에 펠릿을 채워놓기만 하면 저절로 연소실에 공급된다. 기름 보일러만큼 편리하다. 국내 펠릿 보일러 생산업체는 60여 곳 정도다. K보일러의 김영상 과장은 “기름 보일러와는 달리 재가 생기지만 농촌에서는 재를 비료로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연료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목재유통센터 류재윤 목재연구개발실장은 “일반 목재에 비해 운반이 편리하고 수송비가 저렴하다”고 말했다. 발열량은 나무가 ㎏당 2300㎉지만, 펠릿은 4500~4800㎉다. L당 9000㎉인 경유보다는 발열량이 낮지만 경유와 같은 가격의 펠릿을 연소하면 발열량이 두 배에 달한다.

류 실장은 “목재 펠릿을 태울 때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지만, 이는 나무가 자라면서 흡수한 CO2”라며 “결과적으로 CO2를 배출하지 않는 연료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럽·북미 등 선진국에서는 목재 펠릿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유럽 650만t, 북미 400만t 등 연간 1000만t이 생산·소비된다. 우리 정부는 속성수인 백합나무를 심어서 주기적으로 벌목하는 바이오 순환림을 2020년까지 10만㏊를 조성해 펠릿 원료를 공급할 계획이다.

펠릿 생산시설도 늘려가고 있다. 현재는 전남 화순군의 SK임업, 강원도 동해시의 일도바이오테크가 연간 1만2000t씩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산림청·산림조합·지방자치단체가 시설 확충에 적극 참여하면서 내년 1월까지는 5개 시설이, 2011년 1월까지는 8개 공장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해외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것까지 감안하면 2~3년 후 유통량은 연간 30만t 이상이 될 전망이다. 산림청에서는 펠릿 보일러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3000대를 보급했고, 내년에는 4000대, 2011~2012년에는 1만 대씩 총 2만700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강찬수 기자 , 사진=김경빈

정광수 산림청장
“북한 조림사업 도와 CO₂배출권 더 확보”

1999년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 면적은 163만㏊(서울시 면적의 27배)였다. 그러나 2008년 조사에서는 284만㏊로 74% 늘었다. 산림의 32%가 훼손되면서 북한은 자연재해에 취약해지고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광수(56·사진) 산림청장은 “산림 녹화는 비정치적 분야이고 북한으로서도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한이 쉽게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분야”라며 “북한의 조림사업 지원을 통해 경제적인 실익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심은 나무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게 되고, 한국은 그만큼 CO2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본지는 ‘숲에 미래가 있다’ 기획과 관련, 이달 초 정 청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의 산림 복구를 지원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산림청은 지난해 ‘북한 산림 복구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황폐해진 북한의 산림을 복구해 나갈 마스터플랜이다. 올 9월에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정부가 향후 3년간 15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면, FAO에서 북한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림 청정개발체제(CDM) 관리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을 하게 된다. 조림 CDM은 선진국이 개도국에 나무를 심어주고 CO2 배출권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교육은 다음 달 중국에서 시작된다.”

-북한의 산림 복구가 성공하려면.

“북한은 다락밭 개간을 하는 바람에 산림이 황폐화됐다. 곡괭이가 안 들어갈 정도로 척박한 땅이 됐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아까시나무나 리기다소나무를 심어야 한다. 특히 식량을 함께 공급해야 산림 복구에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산림을 개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산림 복원이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FAO나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한다. 실제로 치산녹화는 새마을운동·통신기술(IT)과 함께 국제사회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3대 국가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몽골의 사막화 방지 사업 등에 세계 최고인 한국의 녹화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글=강찬수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본 기사 취재는 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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