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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 매각도 무산 … GM 구조조정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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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해외사업부문 구조조정 작업에 또 파열음이 났다.

스웨덴 사브 인수를 위해 GM과 협상을 벌여왔던 스웨덴의 고급 스포츠카 업체 쾨니그제그는 24일(현지시간) 사브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쾨니그제그는 베이징자동차공업(BAIHC)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브 인수를 추진해 왔다. GM의 프리츠 헨더슨 최고경영자(CEO)는 사브 매각이 무산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브 매각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GM은 사브의 새로운 매수 희망자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사브 브랜드를 없앨 가능성이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1937년 설립된 사브는 전투기를 만들던 회사로 시작해 스웨덴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제조회사로 꼽힌다. GM은 90년 사브의 주식 절반을 인수했으며, 10년 뒤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GM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사브는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사브 매각 무산은 GM이 지난 7월 파산보호에서 벗어난 이후 추진해온 브랜드 매각 작업의 세 번째 실패 사례다. 이달 초 GM은 유럽 자회사인 오펠을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러시아 스베르방크가 참여한 컨소시엄에 매각하려던 계획을 전격 철회하고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오펠을 회생시키기로 했다.

앞서 9월엔 새턴 브랜드 인수 협상을 벌이던 펜스키 자동차그룹이 막판에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GM은 즉시 새턴 공장의 문을 닫았다.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GM은 기존 8개 브랜드 중 4개를 구조조정하고, 시보레·뷰익·GMC·캐딜락의 4개 브랜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공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사브 인수는 무산됐지만 선진국의 자동차 제조회사 인수에 뛰어든 중국 기업은 여럿이다. 중국의 텅중(騰中)중공업이 GM의 정통 SUV 브랜드인 허머(Hummer) 인수를, 중국의 지리(吉利)자동차가 포드의 볼보(Volvo) 브랜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아예 중국의 GM 인수 시나리오까지도 나왔다. 현재 미국 정부는 GM의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쯤에는 지분 매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M을 인수하면 중국은 기술과 전 세계에 포진한 공장·유통망 등을 확보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GM의 중국 파트너인 상하이자동차(SAIC)가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원할 경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잘 아는 GM으로선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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