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 박상희 회장직 사퇴 유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이 박상희(朴相熙) 중소기협 중앙회장의 거취문제에 골치아파하고 있다.

朴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한 채 민주당에 입당한 것을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여론에서 '신종 관권선거' 라고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조합장들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손잡고 20일 朴회장의 정치참여 반대성명을 낼 계획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17일 여권 일각에선 朴회장의 회장직 사퇴문제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 논란 확산〓이날 야당의 공세는 거칠었다.

한나라당은 朴회장을 정치관여를 금지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자민련 이한동 총재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신종 정경유착" 이라고 몰아붙였다.

중소기협 산하 한국소기업 상공인연합회(회장 박인복)는 성명서를 내고 "朴회장과 그 임원은 정치참여를 철회하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라" 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朴회장의 집단 입당 추진 과정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朴회장은 지난달부터 이달 15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산하 조합 이사장들을 10~20명 단위로 만나 민주당 입당 배경을 설명하고 측근들을 통해 민주당 입당원서를 나눠줬다.

서울 소재 한 조합 이사장은 "朴회장이 저녁을 내겠다고 해 모임에 나갔다가 朴회장 측근 이사장이 힘을 몰아주자" 며 입당원서를 돌려 얼떨결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朴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유럽 순방 후 10일 귀국하자마자 여의도 한 음식점으로 가 20여명의 조합 이사장을 만났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 조합 이사장은 "일부 이사장은 승낙도 안했는데 朴회장 측근이 '입당원서를 대신 써줄까요' 라며 강권했다" 고 전했다.

◇ 여권 고민〓 '박상희 회장 입당' 이 악재로 변하자 여권 내부에선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는 주장이 한풀 꺾이고 있다.

핵심당직자는 "朴회장 입당에 대한 여론이 나쁘다.

악재가 분명한데 묘수가 없다" 고 걱정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 라며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 관계자도 "과거 주요 단체장이 정당에 입당할 때 다들 사퇴하지 않았느냐" 며 사퇴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朴회장의 체면이 걸린 만큼 공개적으로 사퇴를 권유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서영훈(徐英勳)대표는 경산-청도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朴회장은 훌륭한 분" 이라며 "중소기업 대표가 국회의원이 되는 게 뭐가 나쁜가" 라며 두둔했다.

당 관계자는 "朴회장이 자진 사퇴할 명분과 시간을 주자는 뜻이 아니겠느냐" 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朴회장은 "사퇴설은 사실 무근" 이라며 "회장직을 유치한 채 입당한 것은 수백명의 협회 사람의 의견을 모아 결정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양수.고윤희.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