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F쏘나타 최고 연비의 비밀, 그건 바로 ‘핫 스탬핑’ 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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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캠리를 제압하고 글로벌 중형차의 표준이 되겠다며 만든 YF쏘나타(사진)에 대한 연구개발 스토리가 최근 공개됐다. 2005년 YF 쏘나타 개발이 막 시작될 무렵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은 “북미 시장에서 연간 30만 대 이상 팔 수 있는 차를 만들라”는 지시를 했다. 이는 연간 40만 대 이상 파는 캠리를 따라잡을 수 있는 차를 만들라는 얘기다. 당시 현대차 미국 판매 대수는 총 45만5000대, 이 가운데 쏘나타는 불과 12만 대 정도였다. ‘단일 차종 30만 대’는 꿈의 숫자였다.

현대·기아차는 신형 에쿠스와 쏘렌토R, 투싼ix 등 올 들어 출시된 차종의 개발과정을 담은 ‘R&D 스토리’를 책자로 발간했다.

◆백지에서 시작=YF 쏘나타 개발은 백지상태에서 시작했다. 이현순 현대차 연구개발 부회장은 “어떻게 새로워질 것인가, 또 어떻게 앞서갈 것인가 과연 고객들에게 무엇을 선물해 줄 것인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며 “결론은 기존의 쏘나타를 모두 잊고 역사를 새로 쓴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YF 쏘나타는 ‘디자인’과 ‘연비’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김형배 개발 PM 이사대우는 “사양조사에서 기존 NF 쏘나타가 성능은 경쟁차종보다 우수한데 디자인 열세로 고객들이 경쟁차를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디자인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많았다. YF 쏘나타의 디자인은 중후함을 중시했던 기존 쏘나타와는 달리 역동성을 중시하는 스포츠카에 가깝다. ‘난’과 같이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주기 위해 도어 벨트라인이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벨트라인 조정으로 측면 유리창이 좁아져 운전자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석근 디자인 총괄(전무)은 “쏘나타의 유선형 디자인은 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단순히 튀는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보다는 오랫동안 봐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컨셉트에 따라 개발됐다”고 설명한다.

정락 제품개발 담당 상무도 “도어 벨트라인을 높였을 때 운전자나 승객이 느끼는 답답함을 체험해 보기 위해 NF 쏘나타 창문에 테이프를 붙여 시운전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노력 덕분에 도어 트림부(문 손잡이 부분) 디자인을 변형해 원래 디자인은 살리면서 운전자가 느끼는 답답함을 없앨 수 있었다.

◆연비는 동급 최고= 쏘나타의 두 번째 화두는 ‘연비’였다. YF쏘나타 개발이 한창 논의될 당시 기름 값에 둔감한 미국에서도 연비가 화두였다. 기름 값이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섰고 유가 고공행진은 계속될 조짐이었다.

김 이사는 “처음 목표는 경쟁 차종보다 한 단계 올라선 리터당 12.1km가 목표였다”며 “그러나 3등급 연비(리터당 10.6km 이상 12.7km 이하 )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때부터 무게와 전쟁이 시작됐다. 엔진 성능을 높이는 것과는 별도로 차량의 무게를 최대한 줄여 연비를 개선하려는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핫 스탬핑(Hot Stamping) 공법이 사용됐다. 말 그대로 뜨거운 철강소재를 도장 찍듯이 프레스로 성형하는 공법이다. 신공법 덕분에 강판의 강도는 기존보다 3배가량 높이면서 무게는 크게 줄일 수 있었다. YF 쏘나타가 중형 세단형 가운데 처음으로 연비 2등급(리터당 12.8 이상 14.9 이하, 2.0 가솔린 자동변속기 기준)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밖에도 YF 쏘나타에는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 다닌다. 스포츠 모델에 동급 최초로 18인치 대구경 알로이 휠이 적용됐고 ‘차체자세제어장치(VDC)’도 동급최초로 가솔린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됐다. 운전석의 위치를 기억하는 IMS 기능 탑재도 마찬가지다.

YF 쏘나타는 시판 두 달 만에 특정 엔진회전수(2300∼2500RPM)에서 엑셀 페달과 핸들에 불편한 진동이 온다는 소비자의 지적이 잇따르자 즉각 무상 서비스에 들어갔다.대상 차종은 3만 대 정도로 출시 이후 판매한 모든 차량이다. 엔진의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등속조인트 분야에 일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고객의 요구를 듣고 개선하는 것도 글로벌 최고가 되겠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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