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독서, 평생 친구] 정독 습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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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단위로 끊어 읽고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면 정독 습관이 생긴다. 김주연양이 소리 내 읽는 연습을 하고 있다. [최명헌 기자]

유희숙(29·여·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씨는 딸 김주연(경기도 손곡초 1)양의 독서 습관 때문에 고민이다. 책을 집중해 읽는 것 같아 내용을 물으면 주연이는 종종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아이가 책은 읽는데 내용을 이해 못하니 부모는 답답하다. 성균관대 조미아(정보관리연구소) 박사는 “많이 읽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라며 “정독(正讀)하는 습관이 생기면 내용 이해가 빨라져 자연스레 다독(多讀)하게 된다. 이것이 학습에도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정독, 어떻게 연습하면 될까.

읽는 데 자신감 부족하면 몰입 덜해

주연이가 다양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씨는 사회탐구·역사·과학 등 분야별로 책을 한 권씩 골라줬다. 주연이는 특히 위인전을 싫어했다. “위인전을 볼 때는 읽는지 안 읽는지 모를 정도로 속도가 느리다”는 게 유씨의 설명. 하지만 주연이의 독서 능력을 진단해 보니 또래 아이들에 비해 이해력이나 어휘력이 좋았다. 하지만 음독(소리 내 읽기)에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 ‘맞먹는’ ‘값어치’처럼 발음이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읽는 소리가 작아졌다.

구몬교육연구소 이순동 소장은 “주연이가 위인전을 어려워하는 건 사람의 인생을 다루다 보니 어려운 어휘가 많아서”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모국어 읽기가 완성되는 만 9세 정도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또 “어휘나 문장 수준이 자기 능력과 엇비슷해야 음독에 자신감이 생기고, 책 읽기에 몰입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주연이처럼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정독 습관이 빨리 자리 잡혀야 한다.

의미 단위 읽다 보면 ‘깊이’ 읽게 돼

바뀐 국어 교과서에 ‘뜻이 잘 드러나도록’ 읽으라는 표현이 나온다. ‘의미 단위’로 끊어 읽으라는 뜻이다. 이 소장은 “7세 무렵부터는 어구(語句)나 어절(語節) 단위의 읽기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대장은부하들을 모아놓고말했습니다’처럼 끊어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깊이 읽기’ 즉, 정독을 하려면 의미 단위로 소리 내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읽기 연습을 위해 초등 저학년은 엄마와 함께 한 줄 암기놀이를 하는 것이 좋다. 5~6어절로 구성된 문장을 외우다 보면 의미 단위로 읽게 된다. 누가 더 빨리 읽는지 내기도 할 수 있다. 초등 1학년은 분당 200자, 3학년 300~400자, 5~6학년은 800자 정도의 속도로 읽어야 한다. 고학년인데 정독이 안 된다면 싫더라도 소리 내 읽기를 해야 한다. 자기 수준보다 낮거나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고르면 재밌게 음독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소리 내 읽어도 된다. 그래도 내키지 않으면 영어로 된 스토리북을 고른다. 종류와 상관없이 음독 훈련 자체가 정독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 오용순 연구원은 “줄을 그으며 읽어도 정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집중력 향상은 물론 정보성 글의 내용 파악에도 좋다. 생각한 것을 메모하는 습관도 바람직하다. 처음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속도가 빨라진다. 오 연구원은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 다르다”며 “그 시간을 확인해 일정하게 독서하다 보면 정독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권 여러 번 읽으면 저절로 정독

책을 골고루 보지 않고 한 권을 몇 번이나 다시 본다며 뒤처질까 염려하는 부모들이 있다. 심지어 하루 2~3권, 일주일 10권, 한 달 50권씩 목표를 정하고 책을 무조건 많이 읽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처음 보는 책은 모르는 단어가 많고 등장인물도 생소하다. 그러다 보니 한 장면 한 장면 상상하기도 바쁘다.

조 박사는 “다방면의 책을 읽는 다독도 필요하지만, 한 권을 읽더라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는 정독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과정에서 이해력과 어휘력 등이 점진적으로 발달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글만 읽지만 다시 읽으며 문장과 주인공의 행동, 교훈까지 생각을 넓혀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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