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은 유권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상품' 이다. 이들의 한마디 말과 표정이 소속정당의 이미지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자민련 이한동(李漢東)선대위원장도 '경제도약론' '현 정권 심판론' '신보수 대통합론' 의 기치 아래 각자의 이미지를 보태 득표경쟁을 펼치고 있다. 승부의 분수령인 수도권에서 3당 선대위원장은 10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인제 위원장은 진한 감색 정장만을 고집하고 있다. 1997년 대선 때 점퍼차림에 '애국심' 이라고 쓴 어깨띠를 두르는 방식은 수도권의 세련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안정된 여당 이미지로의 변신과 함께 경제비전 제시와 안정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충청권에서 "JP는 지는 해, 3金이후는 나" 등 당돌한 공세를 펼쳤던 것과는 딴판이다. 그는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안정된 힘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인터넷 사회에 대비하겠다" 고 젊은층을 겨냥한 정보화 언급도 빠뜨리지 않는다.
홍사덕 위원장은 특유의 감성 연설로 'DJ정권 심판' 을 외치고 있다.
"교사는 참혹하게 무너진 교권에 대해, 학부모는 무너진 교실에, 월급쟁이는 임시고용직으로 전락한 변화에 대해, 청년에게는 졸업이 실업으로 연결되는 상황에 대해 각자가 처한 현장을 심판해달라" 는 식이다.
또 "지난 2년간 자신의 삶에 만족했다면 민주당을 찍어도 좋다" 는 식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연설로 수도권 유권자를 파고들려 한다. 이회창 총재가 영남권에 전력하고 洪위원장이 수도권을 맡는 투톱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이런 도시풍 연설이 먹혀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한동 위원장은 '중부권 차기주자' 의 이미지와 보수세력 대통합을 무기로 표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특히 파주 등 경기 북부를 주공략지로 삼아 "경기도가 영호남 지역감정을 녹일 용광로가 돼야 하며 자민련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고 역설하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총장.장관을 지낸 경력과 '포용' 이미지도 안정희구 성향의 경기 북부지역에 먹힐 것이라는 자체판단이다. 자신의 CD명함을 만드는 등 젊은층 잡기에도 애쓰고 있다.
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