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총선간판 '개성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은 유권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상품' 이다. 이들의 한마디 말과 표정이 소속정당의 이미지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자민련 이한동(李漢東)선대위원장도 '경제도약론' '현 정권 심판론' '신보수 대통합론' 의 기치 아래 각자의 이미지를 보태 득표경쟁을 펼치고 있다. 승부의 분수령인 수도권에서 3당 선대위원장은 10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인제 위원장은 진한 감색 정장만을 고집하고 있다. 1997년 대선 때 점퍼차림에 '애국심' 이라고 쓴 어깨띠를 두르는 방식은 수도권의 세련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안정된 여당 이미지로의 변신과 함께 경제비전 제시와 안정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충청권에서 "JP는 지는 해, 3金이후는 나" 등 당돌한 공세를 펼쳤던 것과는 딴판이다. 그는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안정된 힘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인터넷 사회에 대비하겠다" 고 젊은층을 겨냥한 정보화 언급도 빠뜨리지 않는다.

홍사덕 위원장은 특유의 감성 연설로 'DJ정권 심판' 을 외치고 있다.

"교사는 참혹하게 무너진 교권에 대해, 학부모는 무너진 교실에, 월급쟁이는 임시고용직으로 전락한 변화에 대해, 청년에게는 졸업이 실업으로 연결되는 상황에 대해 각자가 처한 현장을 심판해달라" 는 식이다.

또 "지난 2년간 자신의 삶에 만족했다면 민주당을 찍어도 좋다" 는 식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연설로 수도권 유권자를 파고들려 한다. 이회창 총재가 영남권에 전력하고 洪위원장이 수도권을 맡는 투톱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이런 도시풍 연설이 먹혀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한동 위원장은 '중부권 차기주자' 의 이미지와 보수세력 대통합을 무기로 표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특히 파주 등 경기 북부를 주공략지로 삼아 "경기도가 영호남 지역감정을 녹일 용광로가 돼야 하며 자민련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고 역설하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총장.장관을 지낸 경력과 '포용' 이미지도 안정희구 성향의 경기 북부지역에 먹힐 것이라는 자체판단이다. 자신의 CD명함을 만드는 등 젊은층 잡기에도 애쓰고 있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