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유럽 순방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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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베를린〓김진국 기자]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유럽 4개국 순방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대북 정책에 대한 국제적 기반을 다진 것" 이라고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은 설명했다.

방문국 정상과 지도자들은 햇볕정책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 으로 지지했으며, 지난 1월 초 북한과 수교한 이탈리아 달레마 총리는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데 중재역을 자청했다. 金대통령은 북한과의 경협 관계를 정부 차원으로 격상하려는 의욕을 담은 '베를린 선언' 으로 대북한 대화 의지를 과시했다.

金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이 현지에서 평가받은 바탕에는 金대통령의 정치적 역정이 지닌 상징성도 깔려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달레마 총리는 '인생의 선생님'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金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철학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다자외교의 폭을 넓히려 했다.

金대통령의 이런 이미지는 경협 확대를 이끌어낸 '윤활유' 로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순방 중 3개국에서 1?1억달러에 이르는 투자상담을 벌인 점이다. 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은 "이중 1백억달러는 연내 양해각서가 체결될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이들의 투자액이 47억6천8백만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더구나 중소기업에 역점을 두려는 金대통령의 경제정책이 크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우리의 경제개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청와대측은 기대한다. 대구의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변신시키려는 밀라노 프로젝트를 구체화했고, 이탈리아.독일과 중소기업 협력 선언문을 채택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金대통령의 관심은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협조를 받아냈다. 슈뢰더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벤처투자센터와 사이버 벤처대학 설치,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과 생명공학 원천기술 제휴에 합의한 것이 한 예다.

더구나 金대통령은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성을 제의해 호응을 얻었으며, 이 문제가 오는 10월 서울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주요 의제로 채택되도록 했다.

그러나 오랜 외교 현안인 프랑스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는 "빨리 결론내자" 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이는 프랑스가 한국을 대하는 데 철저한 실리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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