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 엉터리 신고 알아낼 길이 없다] 엉성한 검증장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4.13 총선부터 처음 도입되는 납세실적 공개제도가 세무행정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선관위 한계〓현행 선거법(제49조)은 후보등록 때 최근 3년간의 재산세.소득세 납부실적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선관위의 실사권 등이 보장되지 않아 고의누락이나 부실신고가 발견돼도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김호열(金弧烈)선거관리관은 "후보등록 때 세금 납부실적을 첨부하지 않으면 등록무효가 된다" 면서 "그러나 선관위에 실사(實査)권한이나 이의제기권을 주지 않아 허위신고 징후를 발견해도 선관위로선 속수무책" 이라고 털어놨다.

현재로선 선거과정에서 상대후보나 제3자가 부실신고 의혹을 제기해도 선관위가 나서 이를 심사, 진위(眞僞)를 가릴 수 있는 수단과 권한이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를 처벌할 수도 없다.

전과(前科).학력을 허위로 기재했을 경우 선관위가 허위사실 공표죄(제250조)로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돼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 엉성한 규정〓납세실적 공개제도가 세무행정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아 효과를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우선 공개대상 납세실적 가운데 지방세인 재산세는 주소지 지방자치단체에서 부과하기 때문에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세인 소득세는 항목이 다양하고 국세청에 일괄 집계하지 않는 세목이 있어 납세상황을 따지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 중단(2002년 재시행)으로 은행이자나 주식에 붙는 이자.배당소득은 세무서가 집계하지 않고 있으며 해당 금융기관이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 이를 누락해도 적발해내기 어렵다.

선관위는 행정자치부.국세청과 각 금융기관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해 놓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은닉재산에 대한 세금 납부 여부와 변호사.회계사.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가 얼마나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했는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당초 이 제도를 만든 취지가 세금납부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한 후보 검증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에 대해 선거법 개정을 맡았던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의원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납세실적을 공개하도록 한 것은 그나마 진일보한 것" 이라며 "납세를 했느냐, 안했느냐는 다른 법에 의해 처벌할 사항" 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