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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정남규 독방서 자살 … 수감자 관리 소홀 비판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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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정남규가 2006년 4월 ‘세 자매 피습’ 사건 현장에서 현장 검증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녀자를 연쇄 살인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돼 교정시설에 수용 중이던 정남규(40)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무부는 22일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정남규가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오전 2시35분쯤 사망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정은 전날 오전 6시35분쯤 독거실(독방)에서 약 1m 높이의 TV받침대에 목을 맸다. 분리수거를 위해 지급한 비닐봉투를 가늘게 찢어 꼬아서 만든 끈을 이용했다. 정이 생활하던 공간은 화장실을 포함해 1평 남짓한 3.5㎡ 크기의 독거실로, TV 외에는 별다른 시설물이 없었다고 한다.

정은 곧바로 근무 중이던 교도관에게 발견돼 외부병원으로 후송됐지만 20시간이 지나 사망했다. 의료진은 “사인이 자살 시도로 인한 저산소증(뇌손상)과 심장쇼크”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정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법무부 조사 결과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현재 사형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요즘 사형제도 문제가 다시…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 등 최근의 심경을 적은 노트가 발견됐다.

지정수 법무부 보안과장은 “조두순 사건 등으로 사형 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사형 집행에 대한 불안감이 자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은 2004년 1월~2006년 3월까지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모두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2007년 4월 사형이 확정됐다. 정의 사망으로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는 60명이 됐다.

정의 자살을 계기로 심리 상태가 불안한 수감자들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이 자살 도구로 쓴 분리수거용 비닐봉투는 자살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구치소 측은 일반 수용자들이 있는 혼거실이나 정과 같은 사형수가 있는 독거실(독방)에 별다른 구분 없이 넣어줬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정의 자살 시도를 바로 발견해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에 호송했다”며 “이불·수건·쓰레기봉투 등의 생필품을 이용한 자살 시도는 예견하기가 어렵고, 또 이러한 물품들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없어 근원적으로 자살을 예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2004년 10월 교도소의 감시카메라 설치는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어 사형수라고 해서 무조건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기도 어렵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재소자 관리 부실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교정시설에서 자살한 수형자는 66명에 달한다. 한 해에 10명이 넘는 것이다.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 8월 대구구치소에서 30대 수감자가 목을 매 숨졌다. 지난해 12월 25일에는 부산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30대 재소자가, 같은 날 수원구치소에선 50대 재소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무연수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의 수형자 10만 명당 자살률은 30.5명으로 일본(25.7명)보다 많다. 일반 시민의 자살률(26.1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법무부는 “형 확정자의 불안감 해소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종교인 상담제를 강화하는 등 수용자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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