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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 꼬마 시인들, 영화 데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전교생이 고작 15명이고 2년 뒤에는 문을 닫을 두메산골의 분교 어린이들이 영화에 데뷔했다.

전북 임실군 운암면 섬진강가의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이 학교 4학년 김인수(10)군이 주인공을 맡고 친구인 동수.은미.창우.다희.소희가 조연한 영화가 만들어진 것.

이들이 출연한 영화는 독립영화제작소 '알' 이 제작한 12분짜리 단편 '들(가제)' . 맑은 마음을 가진 산골 초등학생(인수)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시적인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어린이들은 옥정호가 발밑에 내려다 보이는 학교 운동장과 교실, 자신들이 사는 진메.여우치마을 등에서 최근 일주일 동안 촬영을 해냈다.

한껏 멋을 내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하며 촬영 일을 해냈다.

영화를 만든 노현수(盧炫秀.33)감독은 "라디오 프로에서 우연히 동수군의 시 '사랑' ( '나는 어머니가 좋다.

왜 그냐면 그냥 좋다' 는 단 두 줄)을 듣는 순간 이 어린이들 얘기가 영화감이라고 생각해 실행에 옮겼다" 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꾸밈없는, 풋풋한 연기가 마음에 든다" 고 했다.

이 영화는 4월말 전주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영화에 출연한 어린이들은 이미 문단(□)에 얼굴을 내민 '꼬마 시인들' 이기도 하다. '섬진강 시인' 으로 알려진 이 학교 김용택(金龍澤.53)교사의 지도로 지난해와 올해 각각 '학교야 공 차자' '거미줄로 돌돌돌' 이라는 시집을 냈다.

지난해 11월엔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별' 등 자신들의 시로 만들어진 노래를 권진원.김원중.윤도현 등 가수들과 함께 부르는 공연을 갖기도 했다.

김인수군은 "복도에서 공놀이 하기와 대나무밭에서 시 읽기 등 영화촬영이 매우 즐겁고 신나는 일이었다" 고 말했다. 또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영화배우가 되기보다는 불을 끄고 다친 사람도 도와주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 는 소박한 꿈을 밝혔다.

'섬진강' '맑은 날' ' '그 여자네 집' ' 등 시집을 펴낸 김용택 시인은 이 고장 출신으로, 섬진강변의 초등학교에서만 30여년간 근무하고 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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