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시절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에는 회담 경비로 모두 71억여원이 사용됐다. 원래 그해 예산안에는 32억3100만원만 책정됐다. 하지만 6월 13~15일 평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사흘간의 경비로만 25억7200만원을 추가로 예비비에서 동원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07년에도 정상회담(10월 2~4일) 경비 26억9500만원을 예비비로 충당한 것을 포함해 각종 회담에 46억6300만원을 썼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장관급 회담조차 열리지 않아 이 예산은 대폭 줄어드는 운명에 처했다. 지난해 예산안에선 2007년과 같은 20억5000만원을 책정했지만 실제 쓴 돈은 1억1800만원(집행률 5.7%)에 불과했다. 올해는 5억원을 삭감해 15억원을 예산에 반영했는데 8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과 개성공단 실무접촉 3회를 포함해 9월 말까지 1억7000만원(11.3%)만 썼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통일부는 내년 예산안에선 5억원을 또 줄인 10억원을 요청했다. 장관급 회담을 포함해 정치(5회·5억1200만원), 경제(8회·2억7900만원), 군사(4회·1억6600만원), 사회문화(6회·1억600만원) 분야 등에서 24회의 회담을 예상한 수치다.
하지만 국회 외교통상통일위는 18일 예결소위에서 이 예산을 올해 수준인 15억원으로 올렸다. 증액을 주도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남북회담 예산은 남북 대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큰데 불용액이 많다고 삭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외통위는 또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매년 북한에 쌀 40만t~비료 30만t의 지원이 가능한 대북 식량·비료 지원 예산(통일부 6160억원 요청)도 지난해 수준인 7181억원으로 유지시켰다.
정효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