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가브릴로프, 3월 첫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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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974년 모스크바에서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입상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 국적이긴 했지만 한국 태생으로 첫 입상이었다. 콩쿠르가 끝난 후 정씨는 김포공항에서 시청앞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그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유난히도 경쟁이 치열했다. 3위를 차지한 헝가리 태생의 안드라스 시프(53)등 당시 입상자들이 지금도 세계음악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모스크바 음악원 재학 중 그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45)가 3월 7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바흐 서거 2백50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6개의 '프랑스 모음곡' 전곡을 연주한다.

74년 전설적인 거장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를 대신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연주하면서 세계 음악계에 이름이 알려진 그는 78년 카라얀 지휘의 베를린필하모닉과 순회공연과 레코딩 작업을 했다.

서방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공연히 소련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자 79년 베를린필과의 녹음이 취소됐고 출국금지 조치와 함께 감금생활에 들어갔다. 그의 '해금' 이 이뤄진 것은 84년 고르바초프에게 보낸 편지 덕분. 그는 서방에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최초의 소련 연주자가 되었고 89년 드디어 서방으로 망명했다.

'프랑스 모음곡' 은 바흐가 두번째 아내 막달레나를 위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6곡 모두 알르망드.쿠랑트.사라방드.미뉴에트(또는 가보트).지그 등 6~7개의 춤곡을 엮은 모음곡이다.

'프랑스' 라는 제목은 후세의 출판업자가 편의상 붙인 것. 이 작품에서 프랑스 춤곡은 쿠랑트 밖에 없다.

가브릴로프는 EMI와 DG레이블로 바흐.차이코프스키.라흐마니노프 협주곡,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 스크리야빈의 '24개의 전주곡' , 쇼팽의 '연습곡' 등 수많은 음반을 내놓았고 실내악 활동에도 열성적이다. 02-599-574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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