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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 생명윤리 일반인과 별차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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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혼.인공피임.낙태.안락사…. 생명윤리와 성윤리에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지만 가톨릭에서 교리상의 이유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국내 가톨릭 신자들은 이런 가톨릭 사목의 핵심 가르침에 별로 관심이 없고, 일반인들의 윤리의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가톨릭 수원교구 복음화국(국장 이찬종 신부)이 예비부부 11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밝혀졌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들은 이혼과 관련해 "결혼을 일단 했다면 이혼은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36.9%에 불과했다.

성윤리도 진보적이었다. 즉 혼전 성관계에 대한 생각이 일반인 이상으로 자유로워서 "사랑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결혼을 약속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각기 51.6%, 30.5%에 이르렀다. 80%가 넘은 사람들이 혼전 성관계를 금하는 교리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낙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신자들의 89.5%가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태아가 장애아로 태어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낙태하겠다(67.6%)고 응답했으며, 낙태 문제는 개인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39.3%)는 교리에 어긋난 생각을 갖고 있어 생명경시 풍조가 성당 내부에 깊숙하게 스며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설문조사 조사대상은 혼인성사를 앞둔 가톨릭 예비부부들로 교구 내 혼인강좌를 수강한 20대와 30대 초반의 신자들이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이종찬 신부는 "신자와 비신자의 구분없이 생명윤리의식이 희박하다는 점을 이번 설문조사에서 확인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가정사목을 강화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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