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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북풍' 노림수] 대만 독립파 목조이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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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만이 통일협상을 무기한 거부할 경우 무력 동원도 불사하겠다는 중국 국무원 백서가 나오자 대만은 끓는 물처럼 소란하다.

타이베이 증시의 자취안(加權)지수는 22일 전날보다 1백80.74(1.8%)나 내렸다. 행정원 산하 대륙위원회 린중빈(林中斌)부주임은 22일 "대륙 당국은 현실을 직시하라" 고 반박했다.

국방부도 "다음주 중 7백68기의 미제 어벤저 미사일과 61기의 미사일 발사대를 도입하는 등 군비 증강에 나설 것" 이라며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도 무력사용 위협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중국측에 전달했다.

미국의 반응이야 예상못하지는 않았겠지만 대만 경제의 주름살과 대만 군비 증강은 중국측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도 백서와 장쩌민(江澤民)주석의 남순(南巡)을 강행한 속셈은 뭘까. 홍콩내 대만문화관에 해당하는 광화사(光華社)가 22일 개최한 양안문제 세미나에서 홍콩 중국정책연구실의 양녠쯔(楊年紫)박사는 "중국은 독립과 통일에 대한 대만인들의 진짜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 백서라는 '종이 미사일' 을 쐈다" 고 진단했다.

중국은 '북풍' 이 불면 대만인들이 반독립파를 지지할 것이라는 계산에서 일단 북풍을 일으킨 뒤 대만인들의 실제 반응을 관찰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3일 "대만 총통 후보 중 중국이 선호하는 상대는 무소속의 쑹추위(宋楚瑜)" 라고 전했다.

국민당의 롄잔(連戰)후보가 당선될 경우는 관망을, 독립파인 천수이볜(陳水扁)후보가 당선된다면 '제2의 미사일 파동' 도 불사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백서를 통해 중국의 초조감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다. 양안 통일논의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갈수록 통일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질 것이란 인식 때문이다.

백서 발표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중국 최고지도부가 통일에 관한 분명한 '일정표' 를 짜겠다고 결심했다는 점이다.

무력사용의 요건으로 제시한 '통일회담의 무기한 지연' 이란 표현 가운데 '무기한' 의 의미에 대해 2007년, 2010년, 2015년, 2020년 등 네가지 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는 언론 보도 역시 이같은 점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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