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구온난화의 역습, 삶도 병도 어느 결에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1월 한국에 아열대병
추워지면 사라지던 말라리아·쓰쓰가무시증 초겨울에도 맹위

경기도 양주시 김모(40)씨는 이달 초 등산을 하다 털진드기에게 물려 쓰쓰가무시증에 걸렸다. 양주에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환자가 거의 없었다.

1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반도가 더워지면서 질병 발생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말라리아 환자가 1990년대 초 한 해에 3~5명 나오더니 지난해는 1017명으로 뛰었다. 쓰쓰가무시증 환자도 같은 기간 200여 명에서 6052명으로 증가했다.

남부지방에서 발생하던 쓰쓰가무시증이 경기도로 북상했다.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면서 9월이면 사그라지던 말라리아가 요즘에는 10월까지, 쓰쓰가무시증·신증후군출혈열·렙토스피라증은 11월까지 맹위를 떨친다.

골병드는 건 빈국 여성
물 길으러 하루 수 시간 헤매 … 가족 부양 짐 두 배로

볼리비아 와이나 포토시 산맥 산비탈 마을에 사는 루카디아 퀴스페(60·여)는 감자와 오카(안데스 산맥에서 자라는 다년생 식물)를 재배한다. 그녀는 여러 시간 걸려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골짜기에서 식수와 농업용 물을 길어 온다. 그녀는 “전에는 동네 개천에 물이 흘렀으나 빙하가 사라지면서 말랐다”며 “사료용 작물이 자라지 못해 여러 마리의 야마(몸집이 작은 낙타과 동물)와 양이 굶어 죽었다”고 말한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18일 발표한 ‘200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로 개도국 여성들이 골병들고 있다”고 밝혔다. 스하시 굽타 재정국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홍수나 가뭄 때문에 식량·식수 공급 등 가족 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성의 짐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신성식·강기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