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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숨은 화제작] '한국영화단편특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단편 영화의 매력은 집중력이다. 작은 통에 많은 물건을 담을 수는 없듯 간결한 상황에서 주제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끌어내야 한다. '한국단편영화특선' 에 담긴 6편의 작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IMF로 파산한 한 가족의 동반자살을 다룬 송일곤 감독의 '소풍' . 죽음의 여정을 소풍에 비유한 아이러니가 작품의 비극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어느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 숲속을 찾는다. 수면제를 먹고 자동차 안에서 동반자살하기까지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바다라는 열린 공간과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겨울 숲속의 자동차라는 닫힌 공간, 양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에게 주어진 남은 생(生)과 막연한 희망이 계속해서 들리는 파도 소리에 비유되고, 이들이 죽음을 선택케 한 현실적 무게가 사각의 프레임에 갇힌 자동차 좌석으로 표현된다.

특히 숲속에 도착해 차창을 내리자 보이는 푸른 소나무 가지와 겨울 햇살, 새소리 등은 '그래도 삶은 아름다울 수 있음' 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또 아이에게 파도를 보여주기 위해 바닷가로 달려가다 수면제에 취해 쓰러지고 마는 어머니의 모습은 애잔하다.

신문에 난 기사를 읽고 작품을 구상했다는 송감독은 "동반자살의 폭력성을 최대한 감정을 절제한 채 그리고 싶었다" 고 말한다.

때문에 몇마디 안되는 대사보다 오히려 침묵의 울림이 더 큰 영화다. 지난해 칸 영화제 단편부문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이외에도 송강호의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동창회' 와 사형장에서 어린 사형수와 마주한 젊은 신부의 내면적 갈등을 담은 '집행' , 성장기의 내면적 공포를 묘사한 '소년기' 등의 단편이 실려있다. 출시 우일비디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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