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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현대음악제 2000'개최…윤이상 음악세계 조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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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려수도의 중추도시 통영의 자랑거리로 멸치회.충무할매김밥.해저터널에 하나를 더 보태야 한다. 바로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95)과 그의 음악이다.

고향의 바람과 푸른 파도, 뜨거운 고향 사랑을 음악에 담아낸 작곡가 고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통영현대음악제 2000' 이 지난 18일부터 3일간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첫날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지난 92년 윤이상이 작곡한 '관현악을 위한 전설 : 신라' 를 창원시향(지휘 김도기)이 국내 초연하면서 통영은 윤이상의 예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 축제의 특징은 대부분의 작품이 국내에서 초연된다는 것. 가장 관심을 모았던 '신라' 는 유럽 악단 데뷔 시절에 그가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음색 대조나 대규모 음향에서 벗어나 정적이고 동양적인 정서를 자아내 '통영의 아들' 임을 드러냈다.

윤씨의 외동딸 윤정(50)씨를 비롯, 국내 작곡가들과 음악학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통영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일본에서 남북 합동 한겨레콘서트를 주관해오면서 윤이상씨를 초청한 바 있는 재일동포 신창식(57)씨도 이날 공연에 참석해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기가 회복되면 한겨레콘서트를 재개해 윤씨의 작품을 집중 소개하겠다" 고 밝혔다.

고동주 통영시장도 "2002년부터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대음악제로 승격해 통영을 잘츠부르크에 비길만한 세계적인 음악도시로 만들겠다" 고 다짐했다.

지난해 9월 통영시의 의뢰를 받아 통영시 21세기 관광진흥 계획을 연구 중인 허갑중 한국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영국제음악제를 교육.문화적 관광축제로 육성해 광주비엔날레.부산국제영화제보다 더 특징 있는 페스티벌로 만들어야 한다" 고 말했다.

통영시는 윤이상의 부활에 발맞춰 윤이상 기념관과 음악공원 건립안을 발표했다. 약 61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윤이상 기념관은 현대음악 공연장(2백석)과 세계적인 현대음악 정보센터를 들어서게 할 계획.

유이상의 친필악보와 편지, 연설문 원고 등도 전시된다. 한 때 윤이상이 교편을 잡았으나 지금은 폐교된 산양초등학교 연명분교장을 15억원 예산을 들여 음악공원으로 조성, 사계절 음악수련장으로 활용한다.

유스호스텔 형태의 음악공원은 청소년과 학부모가 동시에 숙식할 수 있게 해 사철 음악캠프로 꾸밀 방침이다.

19일 시민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세미나 '윤이상의 음악적 업적과 고향 통영' 에서 발제를 맡은 조선우(동아대)교수는 "제1회 통영현대음악제는 윤이상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처음으로 공인하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며 "외국의 윤이상 연구를 무조건 수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각에서 비판적 수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는 또 통영현대음악제를 윤씨가 활동했던 마산.부산과 연계해 열 것도 제안했다.

현대음악제는 그러나 첫날 오후 9시부터 상영될 예정이었던 윤이상 다큐영화가 기술적인 문제로 방영되지 못해 국내 TV에서 방영됐던 윤이상 특집으로 급히 교체돼 진행에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부산에서도 윤이상홀 건립이 추진됐다가 무산됐고 92년 부산현대음악제도 중단된 적이 있다" 며 "따라서 통영현대음악제도 규모에 연연해하지 말고 작지만 내실있는 음악제로 꾸준히 성장해 나가야 한다" 고 말했다.

통영〓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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